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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주장의 나열 아닌 '그 생각이 맞는 이유' 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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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주장의 나열 아닌 '그 생각이 맞는 이유' 제시를

입력
2011.11.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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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학생이 고1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먼저 글을 써나가는 전략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찬반양론의 논점을 비교하고, 주장에 대한 수치화된 근거를 제시하며, 일반적인 생명윤리사상에 따르는 보편적 답안이 아닌 자기의 독창적인 생각을 종합하려 노력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조금 부족한 면을 짚어본다면 먼저 논점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사의 내용은 '동물실험의 결과 그 효능이 인정되어 인간에게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논점은 '인간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켜 실험하는 것이 정당한가'와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정당한가'가 돼야 한다. 당뇨병의 개념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고, 논점에 대해 찬성한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즉 '왜 정당한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가지 논점을 처음에는 적절하게 파악했다. 둘째 단락에서 학생이 제시한, 예상되는 반대의견은 '인간중심사상',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학생은 위의 두 논점을 혼동하여 글의 중반 이후 동물실험에 대한 정당성으로만 끌고 가다가 결국 '동물실험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보다 인간에게 바로 투여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이는 논점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논점에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동물실험이 인간중심사상이 아니라고 볼 근거, 혹은 그렇다 할지라도 수행해야만 하는 윤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그 다음엔 동물실험에서 문제없었던 처방이 인간에게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임상시험을 수행해야만 하는 윤리적 근거를 제시해 각각의 논의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학생의 논거와 같이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것이 많기 때문에 옳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 많기 때문에 옳다'는 것은 근거가 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학생은 동물의 생명도 존중돼야 한다는 보편적 생명윤리에 대한 반론을 용기있게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 주장이 왜 윤리적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지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개요를 고려할 수 있다.

먼저 모든 생명의 가치는 같지만 상황적 특수성이 인정돼야 함을 제시하는 게 좋다. 상황적 특수성이란 동물의 생명과 인간의 재미ㆍ허영ㆍ탐욕 등이 대립하는 상황이 아닌, 동물의 생명과 인간의 생명, 그 대등한 가치가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만 아니라면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한다면 더 부각될 것이다.

또한 생명의료윤리사상과 관련한 환자의 존엄성, 또는 윤리와 사상에 나오는 공리주의적 입장 등을 참고하면 좋겠다. 즉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부작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대상이 되길 간절히 원하는 경우, 다소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성공했을 때 인류 전체에게 돌아가는 숭고한 혜택의 효용을 논거로 제시할 수 있다.

논술의 근본 취지가 사실이나 주장의 나열이 아니라 '그 생각이 맞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연습한다면 학생이 더 훌륭한 글을 쓰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15일부터 매주 화요일 NIE면에 학생들이 쓴 NIE 논술에 대해 전문 강사가 직접 분석, 첨삭지도하는 '공형철의 빨간 펜'이 연재됩니다. 공씨는 고려대 경제학과와 철학과(석사)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논술, 언어, 사회탐구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교육컨텐츠개발업체인 공부의 자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첨삭지도와 기고를 희망하는 초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공부의 자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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