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 번째 한국계 연방 종신판사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계 미국인 존 리(44)가 주인공인데,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부모 아래서 이룬 성과여서 더 값지다는 평가다.
시카고 선타임스 등 미 언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리 변호사를 미 연방 일리노이 북부지법(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하는 등 연방 판사 4명을 지명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4명은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을 통과하면 종신직 연방 판사로 최종 임명된다.
리 씨는 파독 광부 이선구(72) 씨와 파독 간호사 이화자(68) 씨의 3남 중 장남으로 독일에서 태어났다. 생후 3개월 무렵부터 다섯 살 까지는 한국에서 할머니 손에 컸다. 이후 독일에서 시카고로 이민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시카고에서 초ㆍ중ㆍ고교를 졸업했다.
1989년 하버드대에 진학한 그는 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모두 우등 졸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2년간 하버드 로스쿨(91년 졸업)을 같이 다닌 인연도 있다. 졸업 후엔 미 법무부 환경자연자원국 법정 변호사, 법무부 장관 특별보좌관을 맡았다.
94년 시카고로 돌아간 뒤엔 대형 로펌에서 일하면서 아시아계 이민자 돕기와 저소득층 법률 상담 업무 등을 해왔다. 지금은 시카고 대형 로펌 프리본 앤 피터스에서 반독점ㆍ통상규제ㆍ지적재산권 등 상업분쟁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방법원 판사는 미 법조인들이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자리다. 순회법원에서 약식재판을 주로 맡는 치안 판사 등 임기제 판사와 달리 스스로 사임하거나 현저한 문제로 의회로부터 탄핵당하지 않는 한 평생 판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리 씨의 아버지 이선구 씨는 "지명을 받은 당일 밤 아들로부터 관련 소식을 들었다"면서 "아직 절차 남았기 때문에 소감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리 씨는 지명 발표가 있기 전 "(연방 판사에 지명된다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최종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 오른 한인은 두 명이다. 최초의 한인 종신 판사는 2004년 타계한 허버트 최(한국명 최영조) 판사로, 미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판사이기도 하다. 그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하버드 로스쿨을 마치고 7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판사로 재임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월 한인 여성 최초로 연방법원 판사에 임명된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법 루시 고(42ㆍ한국명 고혜란) 판사다. 그는 현재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의 심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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