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TPP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 9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상품의 관세 철폐나 인하에 덧붙여 지적재산권과 노동ㆍ금융ㆍ의료 시장 개방 등을 폭 넓게 담는다는 점에서,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을 여러 나라와 한꺼번에 체결하는 것과 다름없다.
노다 총리의 협상 선언은 고심 끝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해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본방향에 공감했지만 잦은 내각 교체 등 정치 불안정과 대지진 여파로 신중론이 무성했다. 특히 TPP가 어떤 형태로든 가져올 농업분야 피해와 관련,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도 반대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지진 여파와 국제 금융불안이 낳은 기록적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경제환경 피폐로 일본 경제에 먹구름이 짙은 가운데 유력한 탈출구로 TPP를 선택한 셈이다.
야당 자민당이 강력 저지를 선언하고, 여당 내의 반대도 여전히 만만찮다. 권력기반을 아직 굳히지 못한 노다 총리로서는 정치적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73%를 넘는 응답자가 지지하고, 노다 총리의 지지율도 10% 포인트 가까이 뛰어 60%에 육박했다. 따라서 농업 경쟁력 확보 방안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TPP 협상이 급진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국의 호응도 두드러진다. 하와이에서 노다 총리와 회담한 오바마 미 대통령은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곧장 미 통상대표부(USTR)에 일본의 TPP 참여를 위한 의회 및 관련단체 등과의 협의를 지시했다.
일본의 TPP 참여가 성사될 경우, 그 동안 환태평양 국가와의 FTA 체결 경쟁에서 한국에 밀렸던 양상을 단숨에 뒤집게 된다. 같은 무역대국이자 경쟁국인 일본의 이번 선택은 국회의 한미 FTA 비준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중대한 사정변화다.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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