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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은목서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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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은목서의 유혹

입력
2011.11.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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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왜 이 꽃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바빠 은은한 꽃향기를 맡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11월에, 내가 근무하는 월영 캠퍼스 곳곳에서 꽃향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11월에 행운처럼 만난 흰 꽃은 은목서(銀木犀)라는 나무의 꽃이다. 犀(서)는 코뿔소라는 뜻이다.

그래서 코뿔소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서에 흰 꽃이 피면 은목서이고 등황색 꽃이 피면 금목서라 부른다. 목서는 용담목 물푸레과의 나무다. 은목서 꽃은 향수를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봄에 꽃피는 천리향, 만리향 같은 서향나무 꽃향기처럼 짙지는 않지만, 은목서 꽃향기는 첫사랑의 향기처럼 코끝을 살짝 튕기고 지나가는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다.

모든 잎이 물들어 바람에 날리는 늦가을 만추의 계절에 꽃이 피는 것도 반가운데 향기까지 좋으니 11월에 이보다 좋은 자연의 선물이 있겠는가 싶다. 그렇다고 흔한 꽃은 아니다. 경남과 전남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이니 더욱 귀한 선물이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에 정신없이 바쁜 4학년들에게 이 은목서 꽃향기를 선물하고 싶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잠깐의 여유를 은목서 꽃과 즐기길 부탁하고 싶다. 입동이 지난 나무에 꽃이 피듯 그들의 도전에도 꽃이 피고, 앞으로의 삶이 향기롭길 바란다. 은목서의 꽃말이 '유혹'이다. 11월 향기로운 유혹에 나는 행복하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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