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향후 행보를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소송에서 패해 감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형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불사조처럼 살아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고 막대한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가로 변신할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권좌에서 내려온 베를루스코니가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할 것은 법의 심판이다. 그는 현재 미성년 성매매 및 권력 남용, 소유 기업의 조세 포탈,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3건의 소송에 연루돼 있다. 미성년 성매매 재판이 시작되면 그는 자신의 저택에서 나이트 클럽 댄서들과 했던 ‘붕가붕가 파티’의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혹자들은 베를루스코니가 전임자 베니토 크락시처럼 이 모든 근심거리를 뒤로 하고 해외로 망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크락시 전 총리는 퇴임 후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1994년 튀지니로 망명했다. 베를루스코니는 7월 언론에 공개된 도청 녹취록에서 이탈리아를 “빌어먹을 나라”라고 부르며 “몇 달 안에 이 나라를 뜰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망명한다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안티과가 유력 후보지다. 베를루스코니가 안티과에 빌라 단지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 이탈리아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하지 않아 송환 당할 위험도 없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에게 매춘부들을 알선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뉴스 앵커 에밀리오 페데는 얼마 전 “그가 카리브해로 간다면 따라가겠다”고 말해 이미 함께 할 친구까지 준비된 셈이다.
그러나 해외 망명의 실현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일단 베를루스코니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 시사평론가 세르지오 리초는 “그는 페데와 캐리비안의 섬에서 한가롭게 체스나 할 양반이 못 된다”며 “그는 (관심을 받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시체 역할이라도 할 인물”이라고 평했다. ]
베를루스코니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3대 기업 핀인베스트도 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정치 분석가 페테르 고메즈는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거대한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계에 남아야 할 것”이라며 “사업을 물려 받을 가족이 그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에 미련을 버리고 사업가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축구광인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유한 명문 축구 클럽 AC 밀란의 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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