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이영애 등 톱스타들이 화려한 아파트에서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더 이상 TV광고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광고에서 고액의 모델료가 드는 톱스타를 배제하거나 아예 모델로 기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광고시장은 톱스타들의 독무대였다.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아파트 광고에 등장해야 톱스타'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포스코건설은 장동건을, GS건설은 이영애를, 경남기업은 배용준을 모델로 쓰는 등 건설사들은 저마다 수억원의 모델료를 아낌없이 썼다.
하지만 장동건이 지난달 말 9년 만에 포스코 건설과 이별을 한 것을 비롯해 이영애, 고소영, 김남주, 김태희, 배용준, 고현정, 이나영 등 해당 아파트의 이미지를 대표하던 톱스타들이 모조리 광고에서 사라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신민아, SK건설의 손예진 정도만 남았을 정도다. 포스코 건설 관계자는 "장동건은 최고급 이미지를 심어준 일등 공신이지만 올 초 홍보 전략이 수정돼 교체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들은 톱스타 대신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기법을 광고에 도입하고 있다. 이영애를 7년간 모델로 내세웠던 GS건설이 비틀스의 노래 '헤이 주드'를 앞세워 '메이드 인 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캠페인 광고를 시작했으며 김태희를 모델로 써온 대우건설은 올해 '정대우'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친근성을 앞세운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건설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스타 마케팅이 쇠퇴한 이유를 차별성 부족에서 찾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각 건설사에서 톱스타들이 출연하다 보니 모델만 기억되는 등 차별성이 전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이 성숙해져 삼성의 '래미안'은 자부심, GS의 '자이'는 첨단, 대우의 '푸르지오'는 친환경 등 차별화된 이미지를 이미 구축했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도 이에 맞춰 진화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장성수 주택건설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는 수 없이 택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분석했고,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주택경기 침체로 물량이 줄어 광고가 필요 없을 정도"라며 "경기가 좋아지면 자연스레 톱스타들이 재등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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