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오쓰 슈이치 지음·박선영 옮김/21세기북스 발행·172쪽·1만2,000원
후회없는 죽음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오쓰 슈이치 지음·이용택 옮김/21세기북스 발행·280쪽·1만3,000원
삶에는 끝이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병원에서 특히 암으로 생의 마지막을 맞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고통스런 투병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내가 왜 벌써 죽어야 하느냐고 원망하다가 생을 마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의 내과 의사이자 완화의료(호스피스) 전문가인 오쓰 슈이치(35)는 10년간 1,000명 정도의 말기암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토대로 암환자가 어떻게 생의 마지막을 맞는지, 품위 있고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저술과 강연을 통해 왕성하게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 그가 출간해 이번에 나란히 번역된 두 권의 책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 에서는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맞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뛰어난 사상가, 종교인들이 죽음에 대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해왔지만, 200쪽이 되지 않는 이 얇은 책에서 젊은 의사가 펼쳐 놓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누구나 한 번쯤 암 환자의 가족이나 지인이었던 경험이 있을 테고, 우리 모두가 암으로 죽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 일반'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맞을 실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왜 우리는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지, 사후 세계는 존재하는지 같은 이야기들도 10가지 질문에 포함되지만 저자가 공들여 설명하는 대목은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에 대해서다. 이 내용은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이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부분과도 겹친다. 후회>
암의 경우 남은 수명이 개월 단위가 될 때까지 환자의 신체기능은 그런대로 유지된다. 수명이 주 단위가 되면 이동, 배변, 배뇨, 식사, 수분 섭취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급격한 장애가 일어난다. 고통도 참기 힘들지만 전신에 권태감이 엄습한다. 일 단위가 되면 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혼미 상태에 빠지는 환자도 있다. 눈깜짝할 사이에 욕창이 생긴다. 그러다가 숨이 멈추고 심장박동이 멎고 심전도가 나타나지 않는 의학적인 사망 단계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과 가족이 어떤 자세를 갖고 어떤 진료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암 환자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도, 고통에 허덕이다 삶을 끝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환자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다며 말기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가족은 환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뺏는 것이다.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것보다 오로지 연명을 위해 온갖 의료기술을 동원하는 의사도 환자의 편안한 죽음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적절한 스테로이드제, 진정제 투여나 우울증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 치료 등적극적인 완화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이나 의사ㆍ간호사가 말기암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로 의미 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짧지만 소중한 마지막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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