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관련해 교과서 검정심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의 이태진 위원장은 11일 "5ㆍ18민주화운동, 4ㆍ19혁명, 6월항쟁 등은 필수적으로 교과서에 포함돼야 하며, 이 내용이 빠지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ㆍ18민주화운동 등은 역사교과서 집필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 서술 대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역시 집필기준에 포함돼지 않았던 친일파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집필기준에 명시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과정과 의의를 서술한다'는 내용에 근거해 교과서에 쓸 수 있다"며 "제헌의회에서 반민특위법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넣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국편은 14일 오후 3시 서울교대에서 역사 경제 국어 도덕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와 집필진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집필기준에 구체적 사건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교과서 집필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취지로 교육과정 구현을 위한 서술 수준과 범위, 유의사항을 압축해 제시하는 대강화(大綱化)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의 교과서 집필기준은 세세하게 내용을 규정했지만 집필자의 자율성을 구속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대강화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 이전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4ㆍ19혁명, 5ㆍ16군사정변, 5ㆍ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개별 사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됐고, '대한민국은 친일파 청산에 노력했다'는 내용이 서술됐다. 그러나 새 집필기준은 '4ㆍ19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발전과정을 정치변동과 민주화운동, 헌법상의 체제변화 등의 흐름을 중심으로 서술한다'는 포괄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포괄적 개념인 '민주주의'에 대해서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쓰도록 명시한 것은 교과부가 밝힌 대강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ㆍ18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이 빠진 데 대해 "역사 왜곡이자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독재 그리고 5ㆍ18민주항쟁을 삭제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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