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다."(오전8시20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지도부는 면담에 참석하지 않겠다."(오전9시,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15일로 방문을 연기해 달라."(오전11시25분, 박희태 국회의장)→ "연기 요청 받아들이겠다."(오전11시30분, 김 수석).
11일 청와대와 국회, 여야 정당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계획을 놓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여곡절을 겪고 방문 발표 3시간 여 뒤에 '일단 연기'로 가닥이 잡혔다. 청와대의 국회 방문 강행 방침과 '회군'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민주당 강경파의 강한 반발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 처리 방식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미묘한 갈등 기류도 관측됐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이날 아침 예고 없이 청와대 기자실을 방문해 "이 대통령은 설득을 위해서라면 낮은 자세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국회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청와대는 9일 내부 회의 끝에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추진하기로 결론 내렸다.
10일 오전 청와대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국회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박 의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밤 늦게까지 전화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1일 새벽까지 계속된 김 원내대표의 보고를 들은 뒤 "방문 시점이 부적절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11일 오전 이 대통령의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손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사전 조율 없는 일방적 방문은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도 "야당 대표는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의장은 오전10시 김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15일로 연기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참석해달라"고 주문했고 김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11시25분쯤 국회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연기를 요청했고 청와대도 5분 뒤 수용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후 늦게까지 여진은 계속됐다. 민주당이 '15일 방문'을 두고 "손 대표 참석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새 제안을 가져와야 만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5일 면담 성사마저 불투명해지자 여권 내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방문 강행을 주도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측은 방문 연기를 요청한 황 원내대표를 겨냥해 "황당하다. 여권 전체가 스타일을 구겼다"며 못마땅해했다. 반면 황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 협상파의 힘이 실리는 판에 방문 강행 계획을 밝힌 것은 청와대의 판단 착오"라고 반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