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는 녹색성장시대를 맞이하여 녹색과 환경을 중요시 하는 공기업이라고 늘 홍보 한다. 그런데 최근 동해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발암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산을 깎아 절토를 하고 골짜기를 메우는 성토작업을 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생긴 절개지는 경사가 심해 토사가 흘러내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면 안정화 기법을 사용한다.
푸르게 보이기 위해 코코아 줄기섬유로 만든 그물을 경사면에 고정시키고 씨앗과 흙, 비료를 섞어 시드스프레이라는 분무기를 통해 고압으로 분사한다. 그러나 씨앗이 발아해서 푸르게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에 보기 좋으라고 푸른 착색제를 섞어 뿌린다. 이 착색제에 다량의 '말라카이트 그린'이 포함된다.
'말라카이트 그린'이 본격적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송어양식을 할 때 물속의 곰팡이균을 억제하는 약제로 사용되었다가 국내산 송어, 향어에서'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되어 이른바 송어파동을 일으킨 주범이 바로 '말라카이트 그린'인 셈이다. 지금은 민물고기 양식에는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오염물질이다.
수산식품 부처에서는 벌써 사라진 '말라카이트 그린'이 국토해양부에서 당당히 부활하고 있다. 전국의 절개지 녹화공법에선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에 쓸려 하천으로 흘러들어 갈 때,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하천의 생태계도 파괴시키기 때문에 이 같은 발암물질은 도로공사현장에서 절대로 금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동해고속도로의 북부선 공사가 한창인 하조대 나들목에서 속초로 올라가는 구간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양양 남대천에서 해마다 연어축제를 하고 청정자연을 활용하여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한국도로공사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도로 절개지에 사용된'말라카이트 그린'이 비에 녹아 흐르면, 대한민국 연어의 본산지인 양양 남대천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식수원의 심각한 오염이 우려된다고 한국도로공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도공은 전국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는 데, 유독 이 지역에서만 문제 삼을 순 없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면 주민이 이길 승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커다란 남대천에 흘러들어간 소량의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물질을 음식으로 섭취하고 탈이 난 사람들이 발견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공허한 얘기는 없다. 환경문제는 예방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얼마든지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는 계속 방치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니 말이다. '말라카이트 그린' 문제는 지역에서 문제가 제기됐으나, 전국적이고 일반적인, 오염에 대한 '인식문제'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 어둡게 만든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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