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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장애인 10명 아테네 마라톤 출정가/ "그리스 하늘에 말아톤 기적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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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장애인 10명 아테네 마라톤 출정가/ "그리스 하늘에 말아톤 기적을…" 파이팅

입력
2011.1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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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를 뛴다는 건 제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2년 전 산악자전거를 타다 절벽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가 오고 나선 세상을 등질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이번 마라톤 대회를 통해 한 발 한 발 세상을 향해 나아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이효성(24)씨는 4급 지체장애인이다. 불의의 사고로 척추와 머리를 다치기 전에는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하루에 30㎞를 달리고 바다에서 5㎞를 수영할 정도로 건강했다. 사고 후 고통 속에서 재활에 전념한 그는 이제 조금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달려보기로 했다.

정씨는 1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 대회 5㎞ 구간에 출전한다. 대기업 S-Oil의 후원으로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전국에서 선발한 9명의 장애인들과 함께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월 접수 후 1차 선발을 거쳐 7월 최종 선발됐다. 아테네 마라톤대회는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도 출전할 수 있다.

10일 아테네 출발을 앞두고 서울에서 가진 발대식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달리기에 입문하게 된 저마다의 사연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지적장애 2급인 박영순(19)양은 고교 1학년 때 육상부 교사인 윤병구(43)씨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윤 교사가 박양의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고쳐주고 싶어서였다. 윤씨의 지도로 방학, 학기 중 가릴 것 없이 훈련에 매진한 박양은 이듬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졸업도 전에 전국대회서 1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 졸업 후 박양을 받아주는 대학이나 실업팀이 나타나지 않았다. 윤 교사는 "지난해 일반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일취월장 했는데 이 아이가 갈 곳이 없어 이대로 소질이 사장될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내심 이번 대회를 통해 박양의 장래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랬다.

1급 시각장애인인 이주호(41)씨는 이번 대회에서 풀 코스를 뛴다. 2년 전 자신과 같은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친형을 따라 시작한 게 어느덧 국제대회 출전까지 이르렀다. "그나마 볼 수 있던 시절엔 어설프게 움직이다 다치는 일이 많죠. 하지만 시력을 거의 잃은 지금은 앞서가는 '가이드러너(Guide Runner)'를 따라 달려 훨씬 안전하면서도 자유롭게 뛸 수 있습니다." 그는 절망을 긍정으로 바꾸고 있었다.

'학창시절 체육대회 때면 친구들의 달리기 경주를 보며 부러웠는데 난생 처음으로 신나게 뛸 수 있게 됐다'는 지체장애 1급의 임지원(27)씨, 영화 '말아톤'을 보고 달리기를 시작해 산만한 성격도 고치고 성취감도 찾았다는 자폐장애 1급의 김상영(21)씨, 거주지인 제주도 내 중장거리 달리기 대표로'한국장애마라토너의 긍지를 높이고자 참여했다'는 1급 청각장애인 권종섭(45)씨 등도 희망의 레이스에 벌써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과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눠버리고는 남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아테네를 다녀오면 앞으로는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파이팅을 외치는 임지원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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