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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오른눈잡이? 왼눈잡이? 걱정 마세요, 인체 기능은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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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오른눈잡이? 왼눈잡이? 걱정 마세요, 인체 기능은 비대칭

입력
2011.11.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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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 생원과 동이를 부자지간일지 모른다고 여기게 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왼손잡이란 설정 때문이다. 안정숙은 소설 '왼손잡이'에서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이야기를 다뤘다. 그룹 패닉은 '왼손잡이'에서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 해줄 순 없겠니'라고 노래한다.

문학이나 예술 속에서 왼손잡이는 이렇듯 흔치 않고, 유별나며 그래서 소외 당하는 존재다. 주위 세상의 보는 눈이 그래서일 테다. 물론 왼손잡이라고 해서 열등하게 대접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뇌 기능의 차이나 유전적인 영향 등으로 주로 쓰는 손이 다를 뿐이다. 알고 보면 눈도, 코도 기능에 차이 없이 사람마다 어느 한쪽을 우세하게 사용한다. 인체의 비대칭적인 움직임은 누구에게나, 어떤 부위에서나 흔하게 있는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한쪽 눈 많이 써

양쪽 눈이 각각 받아들인 시각정보는 뇌에서 합쳐져 사물의 모양과 거리 입체감 등을 인식한다. 이때 양쪽 눈의 기여도가 똑같지 않다. 오른쪽 눈이 우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왼쪽 눈의 정보가 더 많은 사람도 있다.

과녁을 조준하거나 작은 구멍을 들여다볼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매번 한쪽 눈을 쓴다. 손은 어느 쪽을 쓸지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눈의 경우 이같이 자주 쓰는 쪽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자주 쓰는 눈을 '우세안(優勢眼)', 다른 쪽 눈을 '열세안(劣勢眼)' 또는 비우세안이라고 부른다. 이재범 연세플러스안과 원장은 "세계 인구의 약 70%가 오른쪽 눈 우세안"이라며 "학계에선 한국인의 비율도 비슷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는 뇌 기능 차이나 유전의 영향일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세안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꼭 우세안이 오른쪽 눈인 것도 아니다. 손과 눈의 우성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오른쪽 우세안이면서 왼쪽 시력이 더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아 눈의 우성과 시력도 그다지 관련이 없다. 다만 비우세안에는 사시나 약시가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장은 "우세안에 이상이 생길 경우 비우세안이 나빠질 때보다는 훨씬 더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우세안이 어느 쪽인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네 손가락과 45도 각도를 이루도록 손바닥을 편 다음, 오른손과 왼손 엄지손가락을 겹치고 다른 네 손가락은 양손이 포개지도록 해서 양손 사이에 작은 삼각형 구멍을 만든다(사진). 2, 3m 떨어진 물체가 삼각형 안에 들어오게 팔을 편 채 눈을 한쪽씩 번갈아 감고 본다. 물체가 삼각형 안에 그대로 보이는 쪽이 우세안이다.

콧구멍의 분업 시스템

코도 양쪽이 똑같이 일하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면 양쪽 콧구멍으로 공기가 절반씩 나눠 들어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양쪽 콧구멍으로 유입되는 전체 공기 양을 10이라고 치면 각 콧구멍이 분담하는 비율은 최대 8 대 2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한쪽 콧구멍이 일을 대부분 도맡아 할 때 다른 한쪽은 거의 쉬다시피 하는 셈이다.

다만 눈은 자주 또는 많이 쓰는 쪽이 거의 늘 우세안 역할을 하지만, 콧구멍은 20분 정도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일을 한다. 왼쪽 콧구멍 기능이 우세하다 20분쯤 뒤면 오른쪽이, 또 20분쯤 지나면 다시 왼쪽이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24시간 내내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분업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양쪽 코가 번갈아 막혔다 뚫렸다 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난청에 나타나는 청력 비대칭

평소 청력에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을 돌발성 난청이라고 부른다. 한쪽 귀에 문제가 생기면 청력이 크게 떨어진다. 단순히 양쪽 귀로 들을 때의 절반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잘 안 들리게 된다. 예를 들어 한쪽 귀로만 들으면 소리가 난다는 건 알지만 어느 방향에서 나는지는 잘 파악하지 못한다. 또 주변에서 여러 잡음이 한꺼번에 날 때 원하는 소리만 골라내 듣기가 어려워진다.

정상적인 청력은 귀뿐 아니라 뇌가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양쪽 귀의 청각정보가 뇌에서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러 잡음 사이에서 원하지 않는 소리는 억제하고 원하는 소리만 키워 분명하게 해주는 선택 기능이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의 한 예다. 전영명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양쪽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각각 1이라고 치면 뇌가 인식하는 소리는 2가 아니라 3이나 4가 되는 셈"이라며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리면 소리의 방향성, 입체감 등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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