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포탈했다며 중국 정부에게 26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에 이어 최근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물이 있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2007)이자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ㆍ39)이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인 ‘한 자녀 갖기 운동’에 반대해 온 그가 지난해 9월 출소 후에도 자신은 물론 부인과 딸까지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박해를 받고 있는 사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알려지면서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천 변호사 가족과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산둥(山東)성 린이(臨沂)시 이난(沂南)현에 있는 천 변호사의 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무자비한 산아제한
두 살 때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천 변호사가 당국에 미운 털이 박힌 것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반대활동을 시작하면서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하고 있는 중국 곳곳에는 ‘낙태’ ‘유산’ ‘피’ 등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한 섬뜩한 산아제한 구호가 널려 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 못 면한다’‘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등 1960~80년대 우리의 산아제한 구호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이런 분위기에서 천 변호사는 2005년 강제낙태와 피임수술을 당한 여성들의 소송을 대리하다 가택연금 됐다. 당시 린이시에만 7,000여 명의 여성이 강제로 피임과 낙태수술을 받았고, 이를 거절하면 감금되거나 폭행당했다. 천 변호사는 이듬해인 2006년 5월 공공재산 파괴와 교통방해죄 혐의로 기소돼 산둥성 법원에서 징역 4년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한 자녀 갖기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당국의 권력남용 사례를 폭로한 데 따른 ‘괘씸죄’였다. 지난해 9월 형기를 마치고 석방될 당시 천 변호사는 몸무게가 10㎏ 이상 빠질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그러나 출소 뒤에도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 ‘차이나 에이드’를 통해 정부의 비리를 공개하는 등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올 2월 해외 인권단체들과 연락을 하고 중국의 인권유린 실태를 폭로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폭력배들을 동원해 천 변호사와 가족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천 변호사의 부인 위안웨이징(袁偉靜)은 “70~80명의 남자가 들이닥쳐 남편을 구타하고 컴퓨터와 비디오카메라를 빼앗는 등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차이나 에이드에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어 “건강이 좋지 못한 남편은 2시간 이상 계속된 고문을 못 견디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며 “폭행범들은 현지 공산당 간부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천 변호사 가족에 대한 탄압과 감시 수위를 한층 높였다. 가택연금은 물론 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택을 찾아간 외국 언론인들마저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광청에게 자유를
천 변호사 가족과 주위 지지자들까지 박해 받는 상황이 알려지자 해외에서도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1일 미 의회 중국위원회(CECC)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서 크리스 스미스 CECC 위원장은 “천 변호사 가족에 대한 행태는 중국 정부의 치욕”이라며 “박해를 중단하고 반드시 자유를 되돌려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참석한 제롬 코헨 뉴욕대 교수는 “이는 분명한 불법”이라며 “중국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아이웨이웨이 석방도 세계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팀 왈즈 민주당 의원은 “인권이 존중받고 법이 바로 선 사회를 구현하려는 사람들의 희생과 영웅다운 행적이 인정받게 해야 한다”며 불법감금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천 변호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 천 변호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천광청에게 자유를’이란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각계에서 자발적인 성금 모금도 이뤄지고 있다. 직접 찾아가 응원하자는 ‘성원 방문’제안이 웨이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지난 주 수십 명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천 변호사의 집을 찾아 생필품 등을 전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천 변호사를 지지하는 한 시민은 CNN방송에 “그는 반드시 풀려나야 한다. 우리 누구도 그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리서치 기관인 호리즌의 빅토르 위안 회장은 “‘아랍의 봄’을 불러온 재스민 혁명처럼 반정부 폭동이 일어난다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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