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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후보 작가 인터뷰] <5.끝>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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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후보 작가 인터뷰] <5.끝>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입력
2011.11.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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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가 중 가장 젊은 김사과(27)씨는 세계관뿐 아니라 문학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문단 내 가장 왼쪽에 속한다. 2005년 등단 후 두 권의 장편과 지난해 12월 낸 첫 소설집 <영이> 에서 선보인, 금기를 모르는 분노와 폭주의 파괴성은 소설 자체를 거덜 낼 기세다. 작가 역시도 "문학에 관심이 없었고, 동경해 본 적도 없었다. 얼떨결에 등단했다"며 껄렁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스물 한 살의 나이로 문단에 나와 광폭의 질주를 거듭하며, '앙팡 스키조'라는 별칭도 얻은 그는 80년대생 작가의 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문예창작과 교수는 "요즘 문창과 학생들 습작품의 대세는 김사과 스타일이다"고 전했다.

김사과의 반항적 정념을 "한국사회의 현실에 절망적인 분노로써 반응하고, 분열증적으로 싸우는"(문학평론가 김영찬) 것으로 긍정하든, "반사적인 의식과 발작적인 행동은 '얇은 존재성'에서 비롯된 것"(문학평론가 이현우)이라고 평가절하하든, 그가 '80년대생 레프트'의 정신과 정서를 발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가 읽어왔다는 사상가들의 목록도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가라타니 고진 등 2000년대 대학가를 휩쓴 좌파 이론가들. 그가 요즘 좋아하는 사상가로 꼽은 이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문화적 취향 속에서 계급과 권력의 재생산 메커니즘을 분석한 이 학자의 영향력을 그의 최근작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작가세계 봄호에 발표된 단편 '더 나쁜 쪽으로'는 문화ㆍ예술의 장을 내파(內破)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무대는 유럽의 한 도시(작가는 동베를린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화자인 '나'는 한때 '현대사회에 대한 모호한 적의와 혐오를 담은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왕년 스타의 연인으로, 클럽 파티로 나날을 보낸다. 그의 많은 연인들 중 한명인 나는 곧 예술가의 워너비(wannabe)인 셈인데, 작품은 화자가 예술가와 그가 속한 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테면 그 거리는 아사하는 북극곰까지도 희고 깨끗한 동물로 전시하는, 지옥을 잊게 하는 최신식 천국이며 미학적 취향을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가짜 낙원이다. 나는 "내 삶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그 거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종내 그에게서 '불면과 외로움'밖에 발견하지 못한 나는 새벽 맨발로 거리로 나가 '더 나쁜 쪽을 향해' 걸어간다.

문화ㆍ예술 판에 대한 냉소와 비판적 시선은 김사과답지만, 문체나 스타일이 전작들과 달리 몽환적이고 시적이다. 작가는 "관념적이고 사치스럽고 세련된 문화적 취향을 비판하려던 것인데, 내 글 자체가 그런 식이 됐다"며 자책했다. 그는 "그동안 문화적인 것에 대해 경계해왔으나,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앞으로 그 안에 들어가서 파헤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예술의 자율성 혹은 심미주의란 휘장 밑에 은폐된 삶의 정치성과 계급성을 들춰내겠다는 야심찬 도전이다.

작가의 이 급진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고등학교 때 담임과 싸워 자퇴하고, 외환위기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는 그의 생활전선에서 자생한 걸까. 아니면 만만찮은 철학 이론들을 섭렵한 지적 영민함에서 나왔을까. 작품 세계가 '빈약하고 추상적'이란 비판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그의 작품이 보여줄 구체적이고 풍부한 리얼리티가 관건일 것 같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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