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이탈리아 총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을 재촉한 측근들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믿었던 이들로부터 배신 당했다”며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줬고 심지어 자신의 딸의 대부(代父)까지 되어줬는데 그는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베를루스코니는 로베르토 안토니오네 의원 등 집권 자유국민당(PdL)의 의원 여러 명을 배신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지난달 “새로운 정치와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압박했다.
그는 가브리엘라 카를루치 의원에 대해 예수를 배반한 유다에 빗대며 서운해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TV프로그램 사회자 출신인 그를 발탁해 정치에 입문시켰다. 경제위기로 갈등을 빚어왔던 최측근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에 대해서는 “사적인 관계가 나쁘지 않았는데 끝내 자기마음대로 해서 속상했다”고 전했다. 트레몬티 재무장관은 1994년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첫 재무장관을 맡은 후 최근까지 무려 네 차례나 재무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러나 최근 충돌이 잦아지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스스로는 천재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이들은 바보 취급을 하는 독불장군”이라고 그를 몰아세웠고, 트레몬티 장관 역시 “총리의 무능력 때문에 이탈리아가 이 지경에 처했다”고 비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정부(情婦)인 클라레타 페타치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처지를 한탄했다. 서한에서 자신을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에 비유한 그는 “무솔리니는 ‘이 모든 게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호의를 베푸는 일밖에 없어’라고 썼는데, 지금 나의 심정과 같다”고 했다. 이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나는 이미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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