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사이버 위협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사이버사령부가 청사 건물을 구하지 못해 떠돌이 신세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사이버사령부를 만들면서 경기 과천시 기무사령부 부지 안에 2012년까지 577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무사와 사이버사령부를 같은 곳에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같은 해 3월 경기 성남시 대북 감청부대로 부지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 사이버사령부의 구성원이 1,071명으로 늘었다. 디도스 공격 등 북한의 사이버공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남 부대에는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짓기에 땅이 부족했다. 이에 같은 해 10월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기술표준원 부지로 계획을 다시 변경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 올 7월 정부는 과천청사 활용방안의 하나로 기술표준원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이버사령부가 들어설 여지를 아예 봉쇄한 것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지난달 서울 용산의 방위사업청 부지에 옮기기로 계획을 또다시 바꿨다. 하지만 방사청은 2014년이 돼야 과천청사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아직 3년이나 남았다. 또한 사이버사령부는 임무 특성상 북한의 전자기파(EMP)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특수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용산 미군기지 옆 노른자위 땅에 있는 방사청 부지를 민간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국방부가 원하는 대로 사이버사령부가 이곳에 들어설 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올해 배정된 예산 219억원 중 207억원이 불용 처리될 처지다.
현재 사령부 직원들은 국방부 내 임시건물과 청사 곳곳의 빈사무실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7월에 사이버요원을 100명 더 늘리는 등 사령부를 확대 개편했지만 불어난 몸집에 비해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9일 "사이버 대응은 시스템이 많이 필요한데 공간이 없어 컴퓨터를 들여놓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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