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를 잇는 85번 고속도로. 8일(현지시간) 서남쪽으로 이어진 약 240km의 도로를 달리다 보니 동원, 파워텍, 대한솔루션 등 한국 자동차 부품 회사 간판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허허벌판이었던 이 곳 미 동남부 지역에 2005년과 2010년 현대차, 기아차 공장의 잇따른 준공으로 한국자동차 생산 벨트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것은 지난해 2월. 여기서 지난해 쏘렌토R, 현대차 싼타페, K5(미국 이름 옵티마) 등 3종 차량 15만대가 생산됐고, 올해는 26만5,000대가 나올 예정이다. 2005년 세워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YF쏘나타와 아반떼(미국명 앨란트라) 2종의 차량이 지난해 30만대 생산됐다.
두 공장이 들어서면서 조지아주와 앨라바마주는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협력사를 포함해 각각 1만여명이 새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살아났다. 지난해 기아차 공장에 입사한 캐리 브루워 의장공장 팀원은 "다른 직장보다 20~30% 정도 시급이 높아 이 지역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윤준모 조지아공장 법인장은"이 곳은 방직산업이 침체되면서 그 동안 어려웠지만 공장이 들어선 이후 제조업 성장률이 20%가 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앨라배마공장이 있는 몽고메리시는 한국어로 운전면허를 딸 수 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했다.
이 같은 지역경제의 파급 효과에는 현대차, 기아차와 동반 진출한 협력사의 역할도 컸다. 현대차, 기아차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미국 진출 때부터 협력사들과 함께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현재는 60% 부품을 현지의 29개 국내 협력사로부터 공급 받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진 라그랜지(LaGrange)에 자리한 세원아메리카도 그 중 하나. 2009년 11월부터 기아차의 자동차 차체부품과 운전석 모듈의 뼈대 역할을 하는 카울크로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에는 현지인 770여명이 일하고 있다.
김상현 세원아메리카 부사장은 "협력사가 해외에 공장을 짓을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꾸준하게 물량을 확보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면서 "해외 진출 전에 기아차에서 사전에 컨설팅을 철저히 해준데다, 주 정부와 시에서 주는 투자 인센티브도 최대한 많이 받도록 적극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80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기아차의 선전에 힘입어 2,328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와 함께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한 업체 수는 현재 233개. 2001년 733억원에 불과했던 협력사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1,747억원으로 9년 동안 2.4배 증가했다. 해외 수출규모는 4.5배, 시가총액은 무려 10.9배 늘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 기아차의 성장과 함께 부품 협력사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고 이에 따라 다른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01년 전체 협력사의 21%(62개사)에 불과했던 대형 협력사(매출액 1,000억 원)의 비율은 지난해 45%(131개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웨스트포인트ㆍ라그랜지
(미 조지아주)=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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