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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프랑수아 퀴세 '韓·佛지성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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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프랑수아 퀴세 '韓·佛지성의 만남'

입력
2011.11.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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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의 지성이 만났다. 소설가 황석영(68)씨와 프랑수아 퀴세(42) 낭테르대학 교수는 각각 문학과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실천해온 지식인이다. 8일 저녁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최근 가장 주목한 것은 월가 점령 시위"라며 "신자유주의시대 대중의 저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퀴세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와 파리정치대학 교수를 역임한 지성사가로, 최근 등이 영어로 출간돼 영미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이 올해 처음 마련한 '프랑스 지성의 새 지평-아시아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초청돼 베이징, 서울, 도쿄 순회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고 있다. 그의 대표저서 은 (난장 발행)란 제목으로 다음주 국내 출간된다.

-퀴세 교수는 첫 방한인데, 첫 인상이 어떠신지.

"서울이 굉장히 큰 도시라 중압감도 느껴지는데, 인상이 좋다. 사람들이 생동감 있고 잘 웃고 싫고 좋은 내색도 잘하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프랑스인과 공통분모가 있다고 느꼈다."

-황석영 선생은 2000년대 중반 2년간 파리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데.

"파리에서 장편소설 '바리데기'를 썼다. 외국체류를 9년 했는데, 1989년 방북 후 베를린과 뉴욕에서 망명 생활하면서 한국을 다르게 보게 됐다. 냉전 끝나고 런던과 파리에 각각 2년씩 머물렀는데, 이때는 서구사회를 비판적으로 보게 됐다."

-두 분의 공통분모인 인문학 얘기를 해보자. 최근 한국에는 (대학에서의)인문학 위기와 (대중적인)인문학 열풍이 공존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황석영 "내가 보기에 인문학 열풍은 일부 자기 계발분야에 치중돼 있는 것 같다. 사회는 반(反)인문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기업이나 기업가 모임에서는 인문 강좌 요청이 쇄도한다. 인문학에 대한 이런 관심에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퀴세 "인문학이 자기계발이나 CEO, 승진을 위해 필요하다면 프랑스 사회에선 거부할 것 같다. 프랑스는 여전히 인문학을 사회의 중심으로 두고 있다."

-최근 주목한 세계적 이슈는?

퀴세 "월가 시위를 주목한다. 지난 주 '르몽드'에 관련 칼럼을 기고했는데, 나는 월가 시위를 아랍의 민주화운동과 동일선에서 생각했다. 선진국 사람들은 독재국가 국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신이 경제 권력에 예속돼있음을 간과해왔다. 월가 시위는 아랍 국민의 정치적 저항과 선진국 국민의 경제적 저항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나."

황 "있다. 특이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금융자본 문제 말고도) 노동 문제가 큰 이슈다. 한진중공업 해고에 맞선 고공 크레인 투쟁, 비정규직 문제, 여기에 청년실업 등까지 합치면 굉장히 큰 문제다. 다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다. 월가의 시위는 상징적인 의미이지만, 한국에선 상처가 깊은 문제다."

퀴세 "황 선생님은 훌륭한 작가이면서 소외된 사람을 위해 글을 쓰셨는데, 프랑스에는 그런 작가들이 별로 없다."

황 "앙가주망(참여)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한국이나 남미 같은 주변국에서는 참여냐 아니냐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요즘 문학은 (현실참여에서는) 활기를 잃었다는 느낌이다."

퀴세 "현재 프랑스 문단이 그런 상황이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사르트르적 앙가주망을 찾아볼 수 없다."

-1970,80년대와 비교하면 작가의 역할이 많이 다른 것 같다.

황 "한진중공업 투쟁을 지원하는 희망버스는 시인, 소설가들이 먼저 시작했다. 나도 참가했다. 옛날과 다르게 블로그, 트위터가 있어서 일반인도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게 어렵지 않다. 얼마 전 치른 서울시장선거 결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공로라고 생각한다. 2040세대의 반란은 지금의 정당구조가 싫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 대선의 양상도 과거와 다를 것이다. 작가로서 젊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인터넷 소설 연재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퀴세 "그럼, 선생님은 트위터나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일간지에 쓰는 것보다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황 "지금은 그렇다. 20,30대는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 기술적 문제만은 아니다. 종이신문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기존 체제나 관습에서 이탈하려는 현상을 이번 서울시장선거를 보며 실감했다."

퀴세 "프랑스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지식인들이 SNS를 정치적인 참여에 사용하지 않는다. TV나 라디오 등 전통매체를 선호한다. 지식인층이 젊은이들과 소통이 거의 없다. SNS가 영향력을 지닌 것은 단지 정보의 양 때문인데, 그 내용은 지식인 사회에 파급력을 갖지 못한다."

-이런 차이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황 "한국은 작은 나라다. 그리고 갑자기 산업화를 거쳐 디지털 시대를 맞았다. 인터넷의 속도와 기능 면에서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몇 번의 정치적인 변동을 겪으면서 대중이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 발견한 면도 있다. SNS는 기존 매체와 연동하며 파급력을 얻고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라고 말한다. 예컨대 내가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그것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 독자도 블로그 연재 소설을 읽고 나서 책을 사보기도 한다. 이런 문화가 전자책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나는 앞으로 5년 후에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50%, 기존 오프라인 책이 50%를 형성할 것 같다.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다."

퀴세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문자 문화에 열정을 갖게 되는 건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너무 정보에만 관심을 갖다 오히려 사회참여는 무관심한데, 한국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한다. 이 점이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인 듯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박영채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4)

강지원 인턴기자 (서울여대 언론홍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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