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는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걸작이다.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나무 네 그루와 집 한 채가 전부인 쓸쓸하고 황량한 그림이지만 거칠고 메마른 붓질로 표현해낸 추운 겨울의 절제된 이미지는 맑고 고졸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10일 밤 10시 방송하는 KBS 1TV '역사스페셜'은 조선시대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되는 세한도에 담긴 비밀을 풀어낸다.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김정희는 권력투쟁에 밀려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외롭고 쓸쓸한 김정희에게 제자 이상적은 귀한 책을 구해주고 세상 소식도 전해주는 등 큰 위로가 됐다. 이에 추사는 제자의 의리와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의 늘 푸름에 비유해 그린 세한도를 답례로 선물했다.
추사는 이상적이 청나라 연경으로 갈 것을 알고 있었다. 연경 학자들이 세한도를 보면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정희의 예상대로 세한도는 연경 학자들을 감동시켰고 청의 쟁쟁한 학자와 문인 13인으로부터 글을 받았다. 그림 하나로 추사는 대륙에 이름을 드높인 것이다.
추사 김정희는 질이 낮은 종이 세 장을 이어 붙여 세한도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그의 계산이 담겨 있다. 고급 장지를 쓸 수 있었지만 쓸쓸하고 곤궁한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일부러 허름한 종이를 택했다. 세한도는 추사의 정신과 학문을 담은 예술 작품인 동시에 유배된 학자에게 재기의 희망을 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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