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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낮고 어두운 곳에도 인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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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낮고 어두운 곳에도 인권이 있다

입력
2011.11.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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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한 여자가 숨졌다. 스물여덟 살이었고, 세례명은 헬레나였다. 여자는 지난 1일 오전 일찍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 여자는 목이 졸려 죽었다. 용의자는 같이 투숙한 30대 남자. 남자는 그날 아침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다.

여자는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였다. 네 살 때 입양됐으나 청소년시절 가출을 했다. 가출청소년 위탁기관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했다. 늘 불우했던 인생에 다행히 좋은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 남자와의 3년이 여자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자의 불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여자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1일 사망한 여자는 경찰의 무관심으로 무연고자로 처리됐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지인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돼 5일에야 빈소가 꾸려졌고, 8일 장례를 치렀다. 여자의 죽음에 대해 지역사회 여성계가 분노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여성 피살사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여자는 남성 중심의 성매매 구조 속에 희생양이었다. 사람에겐 인권이 있다. 아무리 낮고 어두운 곳이라고 해도 인권은 있다. 밤이면 밤마다 성매매 시장으로 변하는 도시의 거대한 불야성 속에서 우리 사회는 여성의 인권에 대해 고민이나 하는지. 한 여자의 불우하기만 했던 짧은 생과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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