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려만 놓고 방치한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도대체 하기는 하는 겁니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에 둘러쳐진 빛 바랜 한류월드 펜스를 보던 한 고양시민은 이렇게 말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한류월드는 99만여㎡(30만평)나 되는 일산신도시의 알짜배기 땅에 짓는 경기도의 초대형 프로젝트지만 2004년 첫 삽을 뜬 이래 7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건물 흔적이라곤 ㈜대명레저산업이 짓고 있는 호텔 하나가 고작이다. 도로 건너편에는 올해 9월 완공된 킨텍스 제 2전시장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허허벌판인 한류월드와 더욱 대조를 이뤘다.
7년째 펜스만 친 채 방치
한류월드는 총 사업비 5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도시개발사업이다. 2004년 큰 기대 속에 한류우드로 시작됐다가 2008년 12월 한류월드로 명칭이 변경됐다. 2012년까지 놀이시설 24종이 설치될 테마파크를 비롯해 호텔, 방송미디어ㆍ업무ㆍ상업시설 등이 조성돼야 하지만 상징적 시설인 테마파크는 2008년 5월 말 착공식을 가진 이후 한 삽도 뜨지 못했다. 2006년 5월 테마파크 용지(약 24만㎡)와 상업시설 용지(4만4,000여㎡)를 1,888억원에 공급받기로 도와 계약을 맺은 한류우드㈜는 아직 토지대금도 다 지불하지 못했다.
복합시설용지(8만3,000여㎡)는 우선협상자인 일산프로젝트㈜와의 소송에 휘말려 사업 재개 시점이 불투명하다. 2008년 5,942억원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한 일산프로젝트가 계약금 594억원을 납부하고 중도금을 잇따라 연체하자 도는 지난해 6월 말 사업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불복한 일산프로젝트는 매수인지위존재확인청구소송과 소유권이전금지가처분신청을 수원지법에 제기했다. 1심에서는 기각됐고,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까지 갈 게 확실시 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호텔, EBS사옥,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 정도다.
답보상태의 주범은 프라임개발
표류하는 한류월드 사업의 한 가운데에는 프라임개발㈜이 있다. . (68,000)(19,000) . 1, , 9 35% . 48.
프라임개발이 허덕대는 것은 부동산 침체로 금융권 PF(파이낸셜 프로젝트)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라임개발 및 엔지니어링사인 삼안은 9월 초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이 됐고, 프라임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그룹 자체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렇자 도 내부에서는 ‘애초에 프라임개발에 너무 많은 사업을 몰아줬다’는 자성론과 함께 ‘프라임이 청산하고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는 일단 올해 5월 한류우드와의 계약을 변경해 테마파크 준공 시기를 2012년에서 2104년 5월로 늦췄다. 한류우드는 올해 8월 말 지연손해금 63억원을 내며 시간을 벌었지만, 당장 이달 말까지 7차 중도금 약 13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등 2014년까지 남은 토지대금 508억원을 청산해야 한다. 변경된 계약에는 ‘중도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돼도 소송을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추가돼 프라임개발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도의 한 관계자는 “고양에 가장 필요한 시설이 호텔이었는데 호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지금까지 한류월드 사업추진이 어려웠어도 앞으로는 나아질 것”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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