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월 9만원으로 연명하다 갑자기 숨진 70대 독거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이 8일 뒤늦게 알려졌다.
6일 새벽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이모(49)씨 집에서 지병으로 의식을 잃은 김모(74)씨가 흑석동 중앙대병원에 실려왔지만 곧 숨을 거뒀다.
벽돌공인 이씨는 20년 전 막일 현장에서 김씨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7년 전 김씨가 잠시 함께 살던 아들의 행패를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 후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자 우리 집 방 한 칸을 내줬고 그 이후 어머니처럼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단지 "40년 전 남편의 외도로 집을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뿐 김씨의 과거사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오랜 막일로 병치레가 잦고 나이가 들어 노동력도 상실한 김씨였지만 그 동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남편과 1남3녀 등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민등록상으로만 그럴 따름이었다. 그래서 김씨의 수입은 2009년부터 받은 매달 8만~9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전부였다. 하루 한두 끼를 '햇반'으로 때웠고 앓고 있던 고혈압, 심장병, 관절염 약도 사기 어려웠다. 뜻밖에도 7개월 전 50세 나이로 사망한 아들의 국민연금 260여만원이 들어왔지만 제대로 쓸 겨를도 없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벽제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됐다. 살아 있는 세 명의 딸은 "40년 전 집을 나간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아니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킨 사람은 이씨뿐이었다. 김씨의 유품은 옷가지 몇 벌, 요강 하나, 달마도 한 점.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죽은 아들의 국민연금은 김씨의 장례비로 들어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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