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 외에 또 다른 두 사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벌가의 사위이자 법조계 명망가 출신인 김준홍(46)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8년 전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부터 시작해 현 회장의 선물투자 때까지 인연을 맺어온 무속인 김원홍(50)씨다. 검찰은 이 둘을 이번 의혹사건의 주연 또는 조연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5,000억원대의 선물투자 자금 조성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1998년 SK 입사 후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창업투자사인 베넥스를 차린 뒤에도 그룹 오너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 'SK오너 일가의 금고지기'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배경은 단순히 재벌 금고지기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우선 김 대표의 장인은 대림산업 창업주 고 이재준 회장과 고 이재형 전 국회의장의 동생인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이고, 그의 장모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차녀다. 또 김 대표의 아버지는 대림그룹 계열사 CEO출신으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의 외가는 법조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모친이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전 검찰총장 A씨의 조카다.
그러나 재계와 법조계를 망라하는 그의 가계도가 검찰에선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 대표를 올해 5월 구속 기소했다. 비록 한 달 뒤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풀려났지만 검찰은 이번에 다시 그를 수사 선상에 올렸다.
증권사에서 일하다 무속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베일 속에 가려진 인물이다. 보험판매 전문회사인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의 18.5%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라는 사실 정도가 확인된 이력이다. 하지만 그는 강남에서 소문난 도사급 무속인으로 재력가들의 선물투자를 대행해주면서 상당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도 그에게 경영 자문을 받으면서 신뢰를 쌓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SK해운 고문에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3년 SK분식회계 사건 당시 손길승 전 회장이 SK해운 자금 7,800억원을 횡령, 해외 선물투자를 할 때도 투자 자문을 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당시 손 전 회장은 90%이상 손실을 봤고,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까지 됐지만 그에 대한 SK의 신뢰는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도 김씨는 최 회장을 도와 선물투자를 했고, 5,000억원대의 선물투자금 중 2,000억원이 김씨 계좌에서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당국은 문제의 2,000억원을 최 회장이 건넨 증여로 판단해 김씨에게 6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고, 그는 조세심판원에 세금불복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는 3월20일 홍콩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고 있지 않다. 검찰은 SK측에 수 차례에 걸쳐 그의 귀국을 요청했지만, SK는 "고문직에서 물러난 사람이라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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