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해체 요구에 직면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지난 7월 의결한 개혁안의 핵심 내용을 4개월 만에 백지화하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등 한기총 9개 회원 교단은 8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한기총 정상화 모임'을 갖고 한기총의 개혁안이 원상 회복되지 않으면 한기총 회비 납부를 유보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번 결의에 동참한 교단은 예장 백석, 대신, 개혁, 합신, 고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여의도, 기하성-서대문, 예수교대한성결교회다.
앞서 한기총은 지난달 28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대표회장 임기를 1년 단임에서 2년 단임으로 늘리고 순번제를 폐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ㆍ운영세칙ㆍ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이 24일 임시총회에서 통과되면 7월 특별총회에서 의결한 개혁안은 폐기된다. 개혁안에는 대표회장을 1년 단임으로 하고, 교단 순번제로 선출하며, 불법 선거 적발 시 강력히 처벌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개신교계에서는 대표회장 임기를 2년으로 늘린 것은 길자연 목사의 회장직 연장을 위한 것이고, 교단 순번제 폐기 역시 길 목사와 같은 교단인 예장 합동 측 홍재철 목사를 다음 회장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동회장과 부회장 수를 각각 10명씩 늘리는 것도 한기총을 길 목사 측 세력으로 채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한기총 해체와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최근 성명을 내고 "한기총은 타락한 한국교회의 상징"이라며 "한기총을 해체해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공동체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탐욕을 해체하는 회개와 갱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