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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영웅이 영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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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영웅이 영웅을 만든다

입력
2011.11.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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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이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지 288일, 병원에서 280일 만에 퇴원하던 날 그가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퇴원하면서 자신을 총으로 쏜 해적들을 용서하겠다는 말까지 남겨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석 선장에게 아덴만은 생존의 바다였다면 280일간 병상에서 사투는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바다사나이답게 두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 생존의 바다와 죽음의 바다를 건너 일상으로 귀환한 그의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석 선장의 퇴원 후의 일이 궁금했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분간은 휴식을 취한 뒤 진해 해군기지에서 정신교육을 담당한다고 한다. 석 선장은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영웅'의 정의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그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준다고 해서 시비를 걸 국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석 선장에게 영웅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병상을 방문하고 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국민의 영웅에 대한 대접의 전부가 아니길 바란다. 건강이 허락하면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그 바다로 다시 나가겠다는 석 선장의 그 말이 얼마나 큰 바다인가. 영웅이 또 다른 영웅을 만드는 법이다. 그의 날들이 바다처럼 늘 푸르길.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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