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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 불신임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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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 불신임도 넘을까

입력
2011.11.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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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력을 받아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연정 붕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8일 의회의 긴축 예산안 처리 여부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정부의 긴축 예산안이 부결되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둘러싼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 내에서조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날 소속 의원 3명이 탈당했다. 수도 로마에서는 수만명이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연정 파트너인 북부연맹도 정부의 퇴직연령 조정(65세에서 67세로 상향) 방침에 반대하며 연정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긴축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총리 불신임안을 상정하겠다는 태세다.

이탈리아의 유명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도 이날 신작 출간 발표회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사퇴는 ‘악몽의 끝’이 될 것”이라며 총리 사퇴 압박에 가세했다. 에코는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를 맡지 않았더라도 경제 위기는 올 수 있었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심각했을 것”이라며 “그는 존경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탈리아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에코는 이어 “그가 사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탈리아가 국제무대에서 존중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압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공공부채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언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라”며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몰아세웠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1조9,00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20% 규모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설이 흘러나오면서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유럽 증시는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사퇴설이 퍼지자 급반등했다. 시장도 그의 사퇴를 반기는 셈이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근거 없는 소리”라고 부인하면서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 때 사상 최고치인 6.67%를 기록했다. 통상 7%를 넘으면 이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본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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