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로스앤젤레스(LA)의 친지를 방문한 40대 여성 권모씨는 LA 국제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곤욕을 치렀다. 다소 화려해 보인 화장과 치장 때문이었다. 입국 심사관은 여행 목적을 꼬치꼬치 캐물은 뒤 권씨를 2차 심사대로 넘겼고, 그는 결국 6시간 동안 추가 심사를 받아야 했다. 권씨는 “잘 차려 입은 한국 여성들에 대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말을 나중에 전해 듣고 황당했다”며 “몹시 불쾌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김모(24)씨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혼자 무비자로 입국하려다 심사대에서 거부당해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김씨나 권씨 모두 입국 심사관이 불법취업 여성으로 의심한 경우다. 입국 심사관이 보기에 여행목적에 어울리지 않는 의심스런 행색을 하고 있었다는 게 두 여성이 부당한 입국 심사를 받은 공통의 이유였다.
한미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발효 이후 무비자로 들어오는 한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한국 여성 중 입국 심사에서 2차 조사를 받거나,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이나,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 엄격한 심사 대상이 되고 있다. 무비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에 온 뒤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성매매에 연루되는 한인 여성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 관계자는 “비자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방문 목적에 의심이 가거나 미국의 안녕을 해칠 것으로 판단되는 입국자는 심사관 재량으로 2차 조사 또는 입국거부 조치를 취한다”며 “불법취업이 의심되는 여성들도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불법 취업으로 의심되는 여성을 가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무비자 입국신청서 기록과 여성의 외관이다. 심사관들은 명품으로 치장했거나, 얼굴을 화려하게 꾸민 여성을 가장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으로 친척을 만나거나, 여행을 하겠다고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법 전문가는 “추가 심사를 받을 경우 지레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의심을 빨리 벗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해 2차 심사대로 보내진다면 자신의 기록이 다른 사람의 것과 혼동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로스앤젤레스=허준 미주한국일보기자 jhur82 @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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