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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을 파헤쳐라" 온라인 회원 3만명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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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을 파헤쳐라" 온라인 회원 3만명 활동

입력
2011.11.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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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무장 유규진(33)씨는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온라인 카페 '강력범죄 피해자의 수호천사' 운영자다. 그는 지난해 7월 충북 영동의 한 저수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서울 강남경찰서 이모 형사 자살 사건의 의혹을 담은 책자를 최근 냈다. 또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각종 사건을 파헤치는 데도 관심이 있다. 유씨는 "10년 전 한 시민단체의 간사로 일하면서 범죄 피해자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돼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미제 사건 추적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회원들은 동기가 불명확한 자살, 여성 어린이 실종 사건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분석하고 탄원서 제출, 언론 제보, 온라인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의견 개진 등 집단행동으로 재수사를 끌어내기도 한다. 네이버, 다음의 회원수 5,000명 이상 관련 카페만도 5곳이나 된다.

이들은 왜 자신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미제 사건 추적에 열의를 보이는 것일까. 운영자들은 이런 활동이 "불충분한 수사를 감시한다"고 주장한다. 유씨는 "5년 전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고 정경아씨 유족들이 지난 9월 경기경찰청에 수사 이의 신청을 하도록 우리 카페가 도왔다"며 "5년 전 실종된 전북대 여대생 이윤희씨 사건의 타살 가능성을 밝히는 데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제 사건 추적 카페 '미궁의 미해결 실종 살인사건' 운영자 전모(25)씨는 범죄심리학 전공을 살린 경우다. 그는 "5년간 3명의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혐의로 작년에 1심 사형 선고 받은 청주 택시기사 사건 등 범죄 피해자를 도와 형량에 영향을 미친 것만도 10여 건"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카페 운영의 주요 목표"라며 "친구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해 범죄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강력 범죄 피해자의 수호천사' 회원 조모(38)씨는 "30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남동생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법정에서 진술할 때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가해자가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그 이후 권력이 없으면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힘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법 체계를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이 안락의자형 탐정인 이들에 대한 경찰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전북대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실체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추정만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재수사 요청과 항의 민원 처리에 일만 많아진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이런 활동은 감정적인 여론몰이로 이어져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건 추적에는 선정적인 사건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사회 기득권과 그들의 폐쇄된 정보망에 대한 반항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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