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패배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하려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당 쇄신안이 첫 단계부터 퇴짜를 맞았다. 홍 대표는 당초 7일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당 쇄신안을 발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김정권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 쇄신안을 보고도 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에 본격적으로 쇄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앙당사의 국회 이전과 공천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당 쇄신 방안이 물 건너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변인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끝난 뒤 전 당협위원장이 참석하는 합동 쇄신 연찬회를 열어 치열하게 토론한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9일 첫 쇄신 의총을 개최하기로 했다.
홍 대표가 쇄신안 발표를 미룬 이유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쇄신 방안에 대한 당 안팎의 역풍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동의를 얻지 못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쇄신안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김 총장의 쇄신안 보고를 사실상 막았다.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도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쇄신안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까지 겹치면서 발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홍 대표는 특히 이날 자신이 제안한 중앙당사 폐지안에 대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론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당사 폐지 문제는 6~7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가 아니냐"며 이해를 구했으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당사 폐지론에 대해 "문턱이 더욱 높아져 당이 국민과 더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쇄신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확산되면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홍 대표의 쇄신안이 언론에 먼저 나온 게 문제가 돼서 (쇄신안)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해 쇄신안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에게 '제로 금리'의 주택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비롯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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