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으로 예정됐던 아파트경비원 등 감시ㆍ단속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전면 적용을 2015년으로 미루고 2014년까지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키로 했다. 해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지만, 2005년부터 예정된 법 시행에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유예시킨 고용부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고용부는 7일 "60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감시ㆍ단속노동자의 특성상 일시에 인건비가 늘어나면 고용축소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감안, 최저임금 100% 적용을 3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2005년 감시ㆍ단속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처음 시행된 2007년 70% 적용을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적용률을 높여왔다.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처음 적용된 2007년 일부 해고사태가 발생하자 '처우개선과 고용보호'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하지만 고용부는 그동안 대책마련에 손은 놓고 있다가 최저임금 100% 적용 시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유예'를 전격 결정,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용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사실상 지난 8월부터였다. 노동계는 "노동부의 직무유기이자 사회적 합의를 깨뜨린 것"이라며 "최저임금 적용유예 방침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최저임금 적용유예방침을 정한 근거는 8~10월 전국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1,234명)와 경비원(2,119명)명에 대한 설문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입주자대표 중 40.7%가 현행유지를 원했고, 20.6%가 100%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경비원들 중 현행유지를 택한 응답은 39.3%, 100% 적용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3.0%였다.
그러나 고용부는 단순히 현행유지 응답률이 더 높았다는 사실에서 나아가 뚜렷한 근거 없이 "입주자 대표들이 감원에 나설 경우 상당수(경비원들)가 전액적용 찬성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등 '최저임금 적용 유예'를 미리 정해놓고 조사결과를 해석했다는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는 전액적용을 원한다는 경비원 중 40.7%가 입주자대표들이 경비원 숫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고, 감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경비원들은 22.2%였다.
경비용역업체 모임인 한국경비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경비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아파트부녀회에 대해 고용부가 최저임금 100% 적용이 필요하다는 홍보를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라며 "감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승현 아파트노련 위원장은 "정부가 아파트입주자대표단체 관계자 몇몇과 합의를 한 뒤 일방적으로 5년 전 약속을 뒤집었다"고 반발했다.
한편 고용부는 최저임금 적용유예 후속대책으로 60세 이상 고령자를 업종 평균보다 더 많이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해 고령자 1명당 분기별 30만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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