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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여향(餘香)과 여향(餘響)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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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여향(餘香)과 여향(餘響)이 있는 삶

입력
2011.11.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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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장미를 선사한 사람의 손에는 여향이 남는다"라는 속 깊은 뜻과 운치를 겸비한 중국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수줍은 듯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이고 손에 남아있는 그윽한 여향에 취한 잔잔한 미소나 환한 웃음 등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면, 전체적인 장면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종종 의대 입시에 관여하며 수험생의 면접전형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의학 분야에서 존경하며 따르고 싶은 우리나라의 인물에 관해 묻는 경우, 때로는 이름조차 생소한 분을 자신만의 이유와 논리를 가지고 소개하는 열정에서 우리나라 의료계의 희망을 보기도 한다. 구체적인 통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독보적으로 학생들의 마음과 입에 함께 계셨던 분은 '바보 의사'라 불렸던 장기려(1911~95) 박사와 이종욱(1945~2006) WHO 사무총장 그리고 최근에는'울지마 톤즈'의 이태석(1962~2010) 신부이다. 삶과 죽음을 뛰어넘어 전 생애를 통해 남겨진 여향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후학들과 함께 삶에 대한 소망과 꿈을 나누고 있으며, 만만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믿음과 용기 있는 발걸음으로 향기로움의 구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있음은 세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 속의 감동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인생여정의 화두만으로도 버거울진대, 나 아닌 현존인물 '너'에 대해 그 어떤 뜻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여향을 이곳 저곳에 남기고 있는 의사 '너'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내과의사 C를 영등포 무료진료소인 요셉의원에서 '쪽방촌의 슈바이처' 선우경식(1945~2008) 원장이 투병 중에 있을 때 처음 만났다. 투병중인 선우원장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으며 내게는 기본 임상술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환자 대부분은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로서 당뇨, 결핵, 알코올중독을 기본 질환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다소 거칠어 보이는 태도로써 존재감을 나타내곤 했다. 샌님 같은 선생으로 지내온 나로서는 환자와의 간단한 소통부터가 쉽지 않았는데, C는 자유자재로 그들과 하나가 되어 남이 아닌 가족 같은 모양새로 몸과 마음을 감싸 안았고, 주고받는 농담조차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아픈 자식을 품은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C의 이력은 의사로서 남다르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무료진료소 봉사의 끈을 놓지 않았고, 내과 전문의가 된 이후 다일천사병원의 설립과 진료에 진심을 다했으며 요셉의원을 거쳐 현재는 한국누가회의 서울역 다시서기 의원에서 무료진료 이외에 대안이 없는 사람들과 의사로서의 삶을 나누고 있다. 담담하게 자신의 꿈은 '오고갈 곳 없는 환자분들과 함께 살며 그 분들 뒷수발하는 것'이라는 C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사람살이에서 그윽한 삶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스승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생텍쥐페리(1900~44)는 <인간의 대지> 에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과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자각할 때, 아무리 하찮은 역할일지라도 그 역할을 깨달을 때, 그때에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다양한 모습의 삶의 여향으로 사람 노릇과 사람됨의 목마름을 가르쳐 주시는 - 장기려 박사, 이종욱 사무총장, 이태석 신부, 내과의사 C를 포함하는 - 어른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백광진 중앙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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