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는 이혼도 못하는 결혼이다.”
장하준(48ㆍ사진)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경제학)가 한ㆍ미 FTA에 대해 “지금이라도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장 교수는 7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9세기엔 20년짜리 조약도 있었지만 지금 FTA는 영원히 맺는 조약”이라며 “20~30년 기다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의 85~90% 수준이 됐을 때 보상책 같은 것도 제대로 만들어놓고 하면 더 좋은 효과들이 많을 텐데, 지금 성급하게 해 일을 그르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이미 이행법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한국이 비준을 거부하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이야말로 그런 국제조약을 의회에서 인준해주지 않아 파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나라”라며 “체면 차린다고 비준했다가 나라의 앞길이 안 좋아진다면 도중에 안 하겠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선진국들과의 FTA 체결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든 유럽연합(EU)이든,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너무 높은 나라들과 FTA를 맺어버리면 결국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손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개방을 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자동차, 조선, 전자 등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 수준에 달한 나라들과 자유무역을 통해 1대1 경쟁을 할 경우 우리가 개발하지 못한 첨단산업들은 결국 개발을 영원히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FTA를 맺었다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를 개발할 수 있었겠느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장 교수는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거센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능력을 제약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한국ㆍ미국 정부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ISD가 지엽적인 문제인 만큼 여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층 더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FTA를 맺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양국간 FTA는 순수한 자유무역 이론 입장에서도 맞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나서서 국제 다자간 질서를 먼저 흐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가령 미국과 FTA를 맺어 미국 쇠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하면 호주 쇠고기를 차별하는 셈이고, EU와의 FTA로 독일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입하면 일본 차를 차별하는 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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