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계를 대상으로 한 은행권 대출금리가 수신금리 상승폭의 두 배 넘게 치솟았다. 기업이나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금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가계대출 금리 결정구조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권의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연 5.35%에서 올 9월 말 5.86%로 9개월 새 0.5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인 수신금리는 2.85%에서 3.10%로 0.2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은행들이 대출 이자율을 수신금리 상승분 보다 더 높여 대출로 얻는 마진의 폭을 키운 것이다. 8월 말 현재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449조원 수준인 만큼 이 때문에 늘어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1조원이 넘는다.
대출금리 급등은 유독 가계 부문에서만 두드러진다. 올 들어 9개월 간 기업 대출금리의 오름폭은 0.27%포인트(6.02%→6.29%)에 불과하다. 수신금리와 비슷한 변동폭이다. 다른 시장금리도 횡보(橫步)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3년 만기)와 금융채, 회사채 금리는 올해 9월까지 각각 0.20%포인트, 0.14%포인트, 0.07%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 같은 금리 안정기에 유독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만 커지는 것은 불합리한 가계대출 금리 구조 탓이 크다. 가계대출의 60% 가량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추이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데, 특히 신용대출은 대부분이 이 CD 연동형이다.
문제는 CD 거래 자체가 거의 없어져 시장금리가 CD 금리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데다, 은행 수신 중 CD가 차지하는 비중이 3% 안팎에 불과해 CD 금리가 수신금리를 대표할 수 없는데도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이를 연동시킨다는 점이다.
실제 올 들어 CD 금리는 보합세였던 다른 시장금리와 달리 0.78%포인트(2.80%→3.58%)나 급등했고, 이를 따라 움직이는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5.81%에서 7.06%로 더 크게(+1.25%) 상승했다. 은행권이 CD 금리로 시장과 무관한 고금리 기반을 만들고 여기에 가중금리로 마진 폭을 더 늘린 셈이다.
가계대출 금리의 유난한 상승이 은행권의 ‘금리 장사’ 때문만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을 사실상 용인하고, 초기 대출금리 수준이 높은 고정금리부 대출 전환을 유도한 것 등도 대출금리를 견인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 조달금리와 괴리된 금리결정 체계는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이 인위적으로 예대마진 폭을 키우는 영업에만 의존한다면 가계 부담 가중이 가계대출 부실화를 앞당겨 연체 증가 같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리스크(위험) 관리 역량을 키워 금리 인상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지속 가능한 수준의 가계부채 관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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