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물리학/리처드 뮬러 지음·장종훈 옮김/살림 발행·448쪽·1만5,000원
남극이 녹고 있다. 환경보호단체는 남극의 빙하가 갈라지고 녹아 없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지구온난화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남극 대륙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무려 75m 상승해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긴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미국 UC버클리 교수이자 오바마 정부의 고위 과학고문을 지낸 저자는 이런 주장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남극에 있는 얼음의 양은 늘어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기온이 영하인 남극에 도달하면 얼어붙어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그는 남극에서 빙하가 녹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뒷받침하는 게 아닌데도 이를 증거로 내세우는 건 "과학이 아닌 선전"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사람들의 문제는 무지가 아니다. 문제는 잘못된 것을 옳다고 믿는 것'이라며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이비 과학이나 선전에 넘어가 올바르지 못한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00년대 초반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던 미국은 자국 내 핵 테러를 막기 위해 공항 등 사회 주요시설의 보안을 강화했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이런 행동이 틀렸다고 말한다. 2006년 북한이 핵 실험에 썼던 것과 같은 급의 핵탄두를 지상에서 터트렸을 때 그것의 폭발 반경은 100m 정도다. 방사능은 좀 더 멀리까지 영향을 주겠지만 핵폭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버섯구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저자는 테러리스트가 쓸 소형 핵무기는 훨씬 조악할 것이며, 이보다는 재래식 방법에 의한 테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UC버클리 재학생들이 뽑은 최우수 강의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을 출판한 것이다.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란 부제를 달고 나왔다. 저자는 테러리즘ㆍ에너지ㆍ원자력ㆍ우주ㆍ지구온난화란 5가지 주제로 오늘날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을 해석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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