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이 올 해로 천 번째 생일을 맞이하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경남도, 합천군 그리고 해인사가 공동으로 9월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45일간 해인사 인근 가야면에서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하 대장경축전)을 개최하고 있다. 대장경축전은 천 년 전 국난의 극복의지를 담아 만들어진 대장경의 가치와 의미를 현대적으로 발현하고, 이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자하는 행사이다.
주전시관인 대장경천년관을 비롯하여 세계교류관, 세계시민관, 지식문명관, 정신문화관은 각각의 관별로 대장경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인 창의성을 현대적 메시지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 외에도 문화 체험 행사와 함께 '해인사 소리길'이라고 불리는 홍류동 계곡의 테마로드, 세계 유명 미술가들에 의해 해인사 곳곳에 표현된 '해인아트프로젝트'등도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대장경축전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식견을 잘 반영한 것이라 판단되며 개막한지 한 달 만에 11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점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장경축전은 현재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800여개의 지방 축제들에 또 하나를 더하는 정도로 끝나서는 아니 된다. 축제의 일반적 목적은 지역 정체성을 확립시키며, 재미의 제공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지만, 21세기 창의시대에서는 재미뿐만 아니라 창의성의 원천으로서도 기능해야 한다. 대장경축전이 향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창의성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축전으로 발전하도록 문화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한다.
우선, 축제의 성공에 필요한 자산은 내부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과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은 각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으므로, 이는 축전의 성공요소라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우수성과 특수성을 보증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실을 활용하기 위해 두 유산에 대한 학제간 연구가 선행되고, 그 결과를 주변지역의 문화·역사적 맥락에 결합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대장경의 제작 목적과 과정을 대장경축전에 담아냄으로써 전국적인 축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문화의 힘으로 외국의 침입을 막아내겠다는 국민의 단합된 의지와 평화의 정신을 본 축전에 담도록 한다. 그리고 목판제작에 동원된 재료인 산벗나무, 자작나무 등이 저 멀리 제주도, 완도, 거제도 등에서 이송되었다는 점, 경판의 부패 방지를 위한 창의적인 방안, 장기간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되는 사업임에도 통일성을 이룬 관리 방안, 그 제작기술이 최초의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연결되었다는 점 등을 대장경축전에 녹아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장경의 전래과정을 본 축전에 담아냄으로써 세계적인 축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이 중앙아시아의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와서 한자로 번역되었고, 이것이 다시 고려로 전래되어 대장경판으로 제작되었고 또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의 열악한 교통수단을 감안하면 대장경의 전래과정은 엄청난 유물과 스토리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대장경로드'라 부를 수 있으며, 이는 물질문명의 전달과정인 실크로드에 비견하여 정신문명의 확산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제안은 늦게 시작한 대장경축전이 세계적인 축전으로 발전하는데 요구되는 필수요소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므로 축전조직위원회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내외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유의하면서 모든 관람객들이 대장경을 재미있게 체험하고 갈 수 있도록 금번 대장경축전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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