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사람/ 스마트폰 최적화 '규혁롬' 개발 이규혁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사람/ 스마트폰 최적화 '규혁롬' 개발 이규혁군

입력
2011.11.04 12:56
0 0

"'규혁롬'을 잇는 신작은 실용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일생생활에 너무 꼭 필요해 모두가 확 가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규혁롬(Rom)을 개발한 덕분에 최근 한양대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한 이규혁(18)군. 그는 자신이 창조해 낼 새 작품을 상상하며 마냥 행복해 했다.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는 사실 내신성적 2등급도 합격 여부가 불안한 학과. 하지만 대학측은 내신 6등급인 이군을 "전문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고 은근과 끈기가 돋보인다"며 선발했다. "잠재력은 잘 모르겠지만 규혁롬을 개발하면서 밤낮없이 매달렸던 끈기만큼은 자신합니다. 사실 저도 제 자신의 이런 집중력에 놀랐어요."

스마트폰에는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펌웨어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이 많고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시작 속도가 매우 느리다. 여기서 필요 없는 부분들을 극소화한 것이 바로 규혁롬이다. 규혁롬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의 시작 속도가 빨라지고 늘어난 메모리를 다른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중3 때 삼성 스마트폰 블랙잭을 샀는데 너무 느렸어요. 쓰다가 꺼지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한번 고쳐서 써 보자고 해서 시작해 만든 거예요. 그러다 다른 사람에게도 유용할 것 같아 지난해 인터넷 블로그(http://kyuhyuk.kr)를 통해 배포했죠."

규혁롬처럼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인 롬을 최적의 상태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커스텀 롬(Custom Rom)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활발했다. CM7, MIUI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마트폰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없었다. 이군이 그 시원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내가 만든 게 더 낫다' '외국에서 다 한 것 아닌가'라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이군은 "제가 그냥 직접 쓰려고 제 수준에서 만들었고, 그러다 공유한 것일 뿐이에요. 그러니 수준이나 독창성을 얘기할 사안은 아니죠"라고 말했다.

그가 규혁롬을 공개하자 사용자들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내려받아 설치하기만 하면 기기가 환상적으로 팍팍 가동되니 그럴 만도 했다. 이군이 다운로드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할 장치를 해 놓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일대 사건으로 여겨졌다.

사용자들에게 규혁롬이 더 좋은 점은 완전 공짜라는 것. "오픈 소스이고, 스마트폰 회사의 드라이버가 들어가 있어 법적으로 유료가 안 된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무료로 한 거예요." 더 따뜻한 일은 이군이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보내 준 기부금을 굿네이버스에 전액 기부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이 착하디 착한 물건을 창조해 내기 위해 들인 노력은 참으로 엄청나다. 스마트폰 펌웨어의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은근과 끈기를 알아줄 만하다. "중3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갔다 오면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여기에 매달렸어요. 돈도 수백만 원은 든 것 같아요. 중고품이지만 스마트폰 20~30개를 샀으니. 그러나 일이 힘들고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즐거웠어요. 새로운 세상을 여는 그런 쾌감?"

이군은 블랙잭 이후 미라지, 옴니아1ㆍ2 등의 삼성 스마트폰용 롬을 개발해 배포했고 지난해에는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최적화시킨 롬도 만들었다. 기존에 직접 개발한 커스텀 롬도 지속적으로 개정판을 내놓고 있다. 규혁롬이란 이름 아래 탄생한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자신도 몇 종류인지 잘 모를 정도. 그렇게 꾸준했던 개발 작업이 지난 8월 잠깐 중단된 적이 있다. "제가 만든 커스텀 롬의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이건 완전히 인간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요. 신상 털기도 하고. 이런 일까지 당하며 해야 하나 싶어 접었어요. 그런데 '계속 만들어 달라'는 응원 글들이 오는 거예요. 바로 다시 시작했지요." 이군은 인터뷰 도중 사진을 찍는 데도 악성 댓글이 걱정된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학에서 내신성적이 월등한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소트트웨어가 미치도록 좋기 때문에 아마 공부에도 미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