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 같은 대규모 유상증자는 6,300억원 규모로 진행됐던 2005년 이후 6년 만이다. 실적 악화로 따른 재무구조의 어려움을 털어내고 스마트폰 등에 집중 투자,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LG전자는 3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 목적은 시설자금 6,385억5,300만원, 연구ㆍ개발(R&D) 투자용 운영자금 4,235억4,700만원' 등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수는 1,900만주로, 증자비율은 11.7%이다. 할인율 20%를 적용, 예정 발행가는 5만5,900원이다. 배정 기준일은 11월19일이며, 납입일은 12월28일이다. 신주는 내년 1월9일 상장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스마트폰과 TV사업 부진 등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력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재 확보도 공격적으로 진행해 다가올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LG전자의 유상증자 결정은 부진한 휴대폰 부문의 실적 탓이다. 스마트폰의 적기 대응에 실패해 올 3분기에 3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해 3~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본 이후 올 들어 1~2분기 흑자를 내 바닥 탈출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3분기 만에 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 특히 휴대폰 사업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옵티머스원 등 야심작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이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했고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다. 한마디로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갤럭시와 같은 히트모델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체간 경쟁 격화로 TV와 생활가전, 에어컨 등 다른 사업부분의 3분기 매출도 전 분기에 비해 모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재무구조 개선은 스마트폰 사업의 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LG전자의 회생은 스마트폰에 달려있다"며 "과거 초콜릿폰 못지 않은 히트상품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이라 말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LED), 수처리 사업 등 차세대 먹거리로 정한 신사업을 위해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의 일부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수처리 사업의 경우, LG전자는 2020년까지 글로벌 1위 기업에 오르기 위해 최근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공공 수처리 전문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에 1차적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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