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맹독성 방사성 물질인 세슘 137이 검출된 가운데 3일 2㎞ 떨어진 다른 도로 두 곳 아스팔트에서 또 다시 세슘 137이 나왔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계측된 세슘 137의 출처와 위험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의 걱정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핵분열 과정에 나오는 세슘 137의 특성과 독성에 따라 원자력폐기물 보존 및 처리규정이 매우 엄격해 부실관리 내지 유출사고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세슘 137 도대체 어디서 왔나
원자핵공학 전문가들은 "세슘 137이 아스팔트에서 나왔다는 걸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과거 아스팔트를 만드는 데 폐타이어 등을 쓰기도 했는데 제조 과정에서 세슘 137에 오염된 폐자재나 슬러지가 들어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검출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한 건자재에 방사성 물질이 묻어 들어와 아스팔트 공정과정에서 녹아 들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지난 4월 포항과 경주의 아스팔트 도로 3곳에서도 세슘 137이 소량 검출됐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수입 건자재가 도로 포장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었다.
검출 현장 인근의 원자력 관련 시설도 가능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광헌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가까운 공릉동의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원자로를 해체하고 나온 폐기물들을 옮기는 과정에 도로 위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며 "과거 한 원전단지 내에서 폐기물을 운반하던 중 방사성 물질을 실수로 흘려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릉동 원자력병원도 출처로 거론됐지만 전문가들은 "세슘 137은 의료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주로 쓰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도 의심대상이지만 일본에서 날아왔다면 이 지역에서만 세슘 137이 검출될 리는 없다.
"체르노빌 강제이주 수준" vs "안전하다"
검출된 세슘 137의 위험 정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여전히 엇갈린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시간당 최고 1.4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의 방사선량은 인체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도로에서 피폭되는 시간을 하루 1시간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큰 위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과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모임(차일드세이브)'은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현장의 방사선 관리 기준(2.0마이크로시버트 이상)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세슘 137 양은 강제 이주 조치를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박광헌 교수는 "시간당 1.4마이크로시버트라면 무시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며 "어느 지역이 얼마나 세슘 137에 오염돼 퍼져 있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검출지역에는 초등학교와 고교가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4일부터 문제가 된 아스팔트를 뜯어낼 것"이라며 "2000년에 아스팔트 공사를 한 업체 7군데를 찾아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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