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안팎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하루 종일 긴장감이 지속됐다. 나흘째 이어진 야당의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장 점거에 이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계속됐으며, 외부세력의 국회 진입을 막기 위한 출입 제한 조치도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예정됐던 본회의가 취소되는가 하면 외국 귀빈들의 접견장이 변경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오전 7시부터 2시간 가까이 정문 등 2곳을 제외한 본청 출입문을 폐쇄하고 상주 출입증을 가진 직원의 출입만 허용했다. 국회 주변에도 1,5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 외부 시위대 등이 국회에 들어와 의정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전 10시20분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찾아 설득 작업에 나서려 했으나 양측 비서진의 혼선으로 불발됐다. '원내대표가 찾아 뵙겠다'는 황 원내대표 측의 얘기를 손 대표 측에서 '김진표 원내대표'로 착각했다고 한다. 황 원내대표는 그대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과 만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이 계속된 외통위는 오후 1시30분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본회의가 끝나도 오늘 안에는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잠시 소강 국면으로 바뀌었다.
앞서 남 위원장은 외통위 소회의실 앞 복도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같은 의원(민노당 김선동 의원)에게 폭력을 쓰고 당장 불출마하세요"라고 하자, 남 위원장은 "김 의원은 머리로 경위를 받아서 쓰러뜨렸다. 앞으로 김 의원을 대한민국 외통위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전날 외통위 회의장을 막고 있다 남 위원장이 의자를 잡아 올리자 바닥에 넘어졌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날도 외통위 전체회의장 출입문을 '의자 바리케이트'로 봉쇄했다. 이 때문에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열릴 예정이던 마르코 미흐켈손 에스토니아 국회 외교위원장과 남 위원장의 면담 장소가 농식품위 회의장으로 급히 변경됐다.
외부 단체들의 FTA 찬반 공방전도 전개됐다. '구국원로단'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은 오후 2시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나 "내가 고속도로 건설 등을 강행 처리했는데 결국 옳았다"며 조속한 비준을 주문했다. 비슷한 시각 'FTA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여기에다 오후 3시로 잡혔던 국회 본회의가 개의 10분 전에 전격 취소돼 "직무 유기 아니냐"는 비판론마저 제기됐다. 처리 법안 수가 적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론 한미 FTA를 둘러싼 극렬한 여야 대치가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였다. 본회의에선 주차장법ㆍ 환경분쟁조정법 개정안 등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FTA 강력 반대파인 정동영 최고위원 등으로 외통위원을 교체한 데 맞서 중진인 안상수, 이윤성 의원 대신 초선의 김세연 유일호 의원을 투입하며 '전투력'을 보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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