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이 잇달아 좌절되면서 해외 판매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이 차기 훈련기(T-X) 사업 결정을 유보한 데 이어 최근 폴란드까지 사업을 포기하면서 차제에 T-50의 수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 관계자는 3일 "폴란드가 최근 공군 훈련기 도입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며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훈련기의 작전요구성능(ROC)에서 초음속 부분을 완전히 제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친 이드지크 폴란드 국방차관은 "운전을 배우기 위해 페라리(스포츠카)가 필요한 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음속을 강점으로 내세운 T-50을 겨냥한 발언이다.
9월 초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폴란드를 방문해 T-50 수출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특히 훈련기 시장에서 T-50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영국의 '호크'가 7월 사업 참여를 포기해 상황이 유리했는데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폴란드는 2013년부터 훈련기 16대를 도입키로 했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경쟁 상대가 호크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M-346, 체코의 L-159 등 모두 유럽 항공기인 점을 감안하면 상징적 의미가 컸다.
앞서 군은 T-50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꼽은 미국에 수출 목표의 절반인 500대를 팔 계획이었으나 미 정부가 T-X 사업 자체를 유보하는 바람에 좌절된 바 있다. 지금까지 T-50 수출은 올해 5월 인도네시아에 16대를 판 게 전부다.
정부 관계자는 "T-50 수출은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유럽의 폴란드, 중동의 이스라엘 등 대륙별 거점시장을 거쳐 최대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하는 전략"이라며 "타 기종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군은 T-50 개발로 우리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기간을 기존 2년8개월에서 2년1개월로 4분의 1(7개월) 가량 단축했다. KF-16전투기에 버금가는 성능 덕분이다. T-50은 경공격기로 전환할 수 있는 다목적 훈련기다. 전세계 훈련기와 경공격기 시장 규모는 3,300여대로, T-50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 중 30%인 1,000대를 수출 목표로 잡았다. 공군은 140여대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T-50은 타 훈련기에 비해 가격이 20% 정도 비싸다. 한국군이 원하는 성능을 모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2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명품무기를 개발했지만 해외 고객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 대만 터키가 경공격기를 개발해 경쟁은 한층 거세졌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낮춘 수출용 T-50 같이 고객별 맞춤형 모델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국내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개발이라는 점에 한껏 의미를 부여하다 사전 시장조사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각 나라의 여건에 따라 무기 도입 일정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T-50의 수출은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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