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3세이브를 따내면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끝판대장' 오승환(29ㆍ삼성). 그는 자신의 힘으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끝판대장'답게 오승환은 2005년과 2006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순간 어김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삼성은 오승환이 건재했던 해는 모두 정상에 올랐고,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세이브(6) 기록을 세우며 든든한 마무리 역할을 했다. 개인 통산 2번째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오승환은 3일 "올해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더 바빠졌다. 이날도 류중일 삼성 감독과 함께 대구시청, 대구 언론사 등을 돌며 우승인사를 다녔다. 오승환은 "5년 만에 우승을 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제는 병원에서 팔꿈치와 어깨를 체크했는데 별 이상은 없었다"고 최근 근황을 전했다.
"오랜만에 효도를 했어요"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MVP 부상으로 중형차를 받았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 김형덕(56)씨다. '애마'로 BMW X6를 타고 다니는 오승환은 "MVP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어머니께 드리기로 했다. 올해 생신 때 선물도 못해서 죄송했는데 자동차를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간만에 효도를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평범한 투수로 남기는 싫었다"
오승환은 2005년 데뷔해 승승장구했다. 삼성이 2005년(10승1패 16세이브 11홀드ㆍ평균자책점 1.18)과 2006년(4승3패 47세이브ㆍ평균자책점 1.59)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한 것도 최강 마무리 오승환이 있어 가능했다. 오승환은 2005년에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신인시절부터 떴다.
그러나 오승환에게도 시련이 왔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팔꿈치 부상으로 부진했다. 작년에는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부진했다. 프로 입단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2년 동안 거둔 성적이 23세이브에 그쳤다. '이제 오승환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오승환은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규 시즌에서 1승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54경기에 등판해 블론 세이브(역전을 허용하는 것)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완벽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3세이브를 거두며 펄펄 날았다.
오승환은 "올해도 부진했다면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도 있는 위기였다. 잠깐 잘하다가 평범한 투수로 기억될 수 있었다. 올해를 통해 오승환이 반짝 선수는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며 올 시즌 활약의 의미를 부여했다.
"2005년과 2006년에도 우승을 했지만 올해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거둔 우승이라 더욱 값진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MVP는 최형우가 받았으면 좋겠다"
오승환은 영광스러운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를 스스로 포기했다. 지난 9월 "세이브 아시아신기록을 달성하면 MVP에 도전하고 싶다. 그러나 48세이브를 못하면 최형우를 밀어주고 싶다"고 했던 그다. 오승환은 올시즌 47세이브로 지난 2006년 본인이 세웠던 아시아신기록과 타이를 이루면서 아쉽게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오승환은 "'선발 투수만 중요한 게 아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MVP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고민 끝에 MVP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후배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의 설움을 맛본 뒤 재입단 과정을 거쳐 팀의 중심타자로 발돋움했고 올시즌 홈런(30개)·타점(118개)·장타율(0.617) 타자 3관왕으로 MVP 자격이 충분하다며 본인 대신 최형우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마무리 투수도 롱런하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오승환은 9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다. 25일부터 대만에서 일본, 대만, 호주 프로야구 우승팀과 아시아 최강 자리를 두고 격돌하는 아시아시리즈를 대비하기 위해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삼성은 2005년 결승에서 일본의 지바 롯데와 만나 패했고, 2006년에는 대만에 발목이 잡혀 예선 탈락의 충격을 경험했다.
오승환은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잘 해서 우승을 하고 싶다. 2005년과 2006년 출전했지만 특별한 기억이 없다. 1이닝씩 던졌는데 무실점으로 막은 것 같다.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들은 생명이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도 롱 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무리에 관련된 모든 기록도 깨고 싶습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