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중국이 보는 박원순의 당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중국이 보는 박원순의 당선

입력
2011.11.03 12:01
0 0

지난달 26일에 실시된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중국 사회의 시각이 재미있다. 중국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를 외국의 지방 선거 치고는 유례없는 관심 속에 지켜보았다. 선거판이 '시민 사회 대 정치 권력'이라는 전례 없는 모습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정당 정치의 불신 드러내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과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 그리고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등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일제히 "무소속인 박원순씨가 당선됐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한 축인 그의 승리로 인해 한국 사회는 향후 정치적 격랑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화통신은 한국의 주요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시민 사회 후보인 박씨의 당선은 현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여지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했고, 중국 신문망도 "일반 시민들이 기존의 권력집단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환구시보 또한 "시민이 현재 정권에 따끔한 충고를 날린 것"이라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한국 현대 정치사에 있어 또 하나의 커다란 이정표가 그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선거 결과와 중국의 정치를 슬쩍 결부시켜 몇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정치ㆍ사회학자 같은 중국의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 또한 한국의 '선진 정치'에 대해 적잖이 부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실질적인 시민 사회나 NGO가 허용조차 되고 있지 않은 마당에 한국에서는 시민 사회가 정치권력을 심판하는 단계로까지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으로는, 신화통신의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와 중국신문망의 "일반인들이 권력집단을 심판한 것"이라는 평가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이다. 정치권 심판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은 정치 개혁 분야에서 험산준령 속에 놓여 있는 중국이 그 후폭풍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보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에선 사실 그대로의 대담한 보도가 곧 정치 개혁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 결과를 전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 속에는 한국 당국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편함이 베어져 있다는 점이다. 중국신문망은 "선거 결과로 인해 집권당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도 현 정책 노선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전망했고, 환구시보 역시"이명박 정권의 정책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편향적 대외 관계 불만은 여전

그런데 중국 언론들의 이러한 논조로부터는 어딘가 모를 비아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복단대의 왕모 교수는 "한국 정부의 편향적 대외 관계에 대한 중국 측의 누적된 불만으로부터 기인된 것일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우리의 지방 선거 결과를 가지고도 묘하게 조소할 만큼 중국은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의 지방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조차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한 시민 사회의 전면 등장과 새롭게 전개될 향후 한국의 대선 정국 또한, 중국 당국뿐 아니라 일반 중국인 조차 예의주시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이게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시각이다.

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