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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8년째 수감 호도르코프스키, 러시아 재벌 '옥중 대문호' 계보 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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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8년째 수감 호도르코프스키, 러시아 재벌 '옥중 대문호' 계보 잇나

입력
2011.11.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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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혹독했던 시베리아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이란 걸작을 남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나 바를람 샬라모프의 도 요시프 스탈린 시대 광기어린 수용소 분위기를 고발한 자전적 소설이다.

러시아 옥중 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8년 째 수감 중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8ㆍ사진) 전 유코스 회장이다. 그는 한 때 러시아 최고 갑부의 반열에 올랐던 인물. 1995년 문제투성이였던 국영석유회사 유코스를 인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냈고, 불혹의 나이에 천문학적 재산(17조원)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절대권력을 거역한 대가는 혹독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선 우파연합(SPS)에 몰래 자금을 지원하다 2003년 10월 탈세, 사기 등 혐의로 8년형을 언도 받았다. 원래 형기를 마치고 2012년께 풀려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횡령 혐의가 추가돼 4년 6개월을 더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정치적 박해와 푸틴에 대한 분노는 그의 글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수감 5개월 만에 쓴 첫번째 글 제목부터가 ‘러시아 자유주의의 위기’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러시아가 직면한 정치ㆍ경제ㆍ도덕적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은 호도르코프스키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가 언론에 100건 넘게 소개됐다”고 전했다.

최근엔 러시아 정치주간지 ‘뉴타임’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동료 재소자의 사례를 통해 불합리한 교정 현실을 비틀고 자신의 무죄를 항변한다. 그는 갖은 협박, 매질에도 거짓 자백을 거부한 동료에 대해 “명예를 싸구려로 여기는 일반인보다 100배 낫다”고 했다. 투옥을 감수할지언정 푸틴에게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호도르코프스키의 작품은 문학적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 문학비평가 베네딕트 사르노프는 “그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에서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야기에 살을 붙인다”고 극찬했다.

일각에서는 2016년 출소 뒤 호도르코프스키가 대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6~8%에 불과한 낮은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교정당국이 그의 외부기고를 자유롭게 허용한 것도 정치적 위협이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호도르코프스키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금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라.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영웅은 일상의 관습과 주류의 타성에 저항할 때 탄생하는 법이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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