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공약인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내년부터 시행할 뜻을 밝히면서 등록금 인하 논의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혜택'이라는 지적과 '등록금 인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립대 반값등록금이 가지는 상징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반값등록금에 들어가는 182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선례를 만들면 전국적 파급효과를 가져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31일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데 필요한 182억원을 포함한 내년 예산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예산이 확정되면 시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올해 477만5,300원에서 내년에는 약 238만원으로 낮아진다. 한 학기에 119만원 정도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시립대의 등록금은 일반 사립대에 비해 '반의 반값' 수준이 된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대학들의 등록금은 연세대 869만원, 고려대 846만원, 홍익대 831만원 등으로 현재 시립대 등록금의 두 배 수준이다. 국립대인 서울대의 평균 등록금도 628만원으로 시립대보다 많다.
시립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종민(26) 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박 시장이 공약을 지켜 너무 고맙다. 올해 여름 황승원 학우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 시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싸면 학교의 인기가 상승할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대입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이미 반값 수준인 등록금을 또 반값으로 깎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사립대학교 등록금을 먼저 낮추는 게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권모(28)씨는 "시립대의 등록금은 지금도 싸다"며 "서울시의 재원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시립대는 지방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대학이다. 세금 내는 사람 따로, 혜택 보는 사람 따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강사 김모(43)씨는 "시립대 학생들도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살기 때문에 잠재적 시민이자 납세자다. 지금 서울 시민이 아니라고 지원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립대 입학생 중 서울 외 지역 출신은 64%다.
시립대의 등록금 인하가 반값 등록금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녀 셋을 키우는 유모(54)씨는 "반값 등록금 논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누구 하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국공립대학이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다니는 김모씨도"시립대 등록금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왕진 시 정책특보 내정자는 "박 시장의 생각은 시립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에 앞장을 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을 위해 조례를 마련하고, 내년에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