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시 47분(이하 현지시간). 어둠으로 뒤덮인 지구 상공 343㎞의 우주 공간에서 중국의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8호와 소형 우주실험실 톈궁(天宮)1호가 도킹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이뤄진 화려한 ‘우주굴기(崛起)’ 쇼였다. 1일 발사된 선저우8호는 우주 도킹을 위해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며, 9월29일 발사된 톈궁1호에 접근했다. 톈궁1호와의 거리가 30m로 좁혀지자 상대속도를 초속 0.2m로 낮춘 선저우8호는 이후 거리를 계속 좁히다 포착 링으로 톈궁1호를 잡고 고리로 결속해 도킹에 성공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등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베이징(北京)에 집결해 이 실험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차 프랑스를 방문중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밤잠을 설치며 TV 앞에 모인 중국인들은 중국이 우주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며 기쁨의 함성을 쏟아냈다. 중국은 선저우8호와 톈궁1호를 다시 떼어내 14일 2차 도킹을 시도한다. 2차 도킹에 성공하면 선저우8호는 톈궁1호와 16일 분리돼 17일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지대로 귀환한다.
중국 ‘우주굴기’의 원동력
선저우8호와 톈궁1호의 도킹은 중국이 1992년부터 추진해온 우주개발 프로그램 921공정의 성과가 심판을 받는 것이었다. 도킹은 성공했고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로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960년대 651공정으로 우주개발에 나선 중국은 이후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우주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들었지만, 1970년 첫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1호 발사에 성공한 뒤 개혁개방시기의 고속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지원과 자금을 쏟아 부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1992년 9월 당시 장쩌민(江澤民) 총서기의 주도로 921공정이란 우주개발프로그램 3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고, 도킹 및 우주인의 체류를 거쳐, 우주인의 장기체류를 현실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에 톈궁1호와 선저우8호가 도킹한 것은 계획의 2단계가 성공한 것이다.
중국은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중국 우주항공의 아버지로 불리는 췐쉐선(1911~2009)을 비롯해 달 탐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예페이젠(葉培建) 중국 과학원 원사 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우수 인재가 넘쳐난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치밀한 계획, 적극적인 인재양성의 3박자가 중국 우주기술력의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미래의 우주개발 계획
최근 10년간 중국의 우주 개발 성과는 눈이 부셨다. 2003년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5호 발사에 성공해 중국 첫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를 배출했고 2008년 선저우7호를 발사했을 때는 우주인을 우주선 밖으로 내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은 내년에 유인 우주선 선저우9호와 10호를 잇따라 쏘아 올려 톈궁1호와 도킹을 시도한다. 이 때는 우주인을 톈궁1호에 들여보냈다가 귀환시키는 실험도 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톈궁1호에 이어 2, 3호를 잇따라 발사해 우주정거장 운영 실험을 한 후 2016년부터 정식 우주정거장 실험실을 쏘아 올려 2020년께 독자적인 국제우주정거장을 운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달 탐사도 두드러진다. 2007년 10월 최초의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1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무인탐사선의 달 착륙을 시도한다. 당장 9일에는 첫 화성 탐사선 잉훠(螢火ㆍ반딧불)를 러시아와 함께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의 우주 기술력은 세계에도 이롭다”며 중국이 지난 60년간 추진해온 우주개발이 국제사회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우주개발 노력이 또 하나의 ‘중국 위협론’으로 인식돼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강국의 경쟁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우주기술력이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중국의 이번 도킹과 관련,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확실하게 기술 개발을 진척시켜 오늘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뒤 “미국과 러시아는 기술 후퇴만 남은 만큼 중국이 앞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반연구실장은 “중국의 기술이 검증됐다”며 “우주개발에는 막대한 돈과 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한국은 국제협력을 통해 실험과 우주탐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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