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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발리우드 화제작 '청원' 전신마비 마술사의 인생 마지막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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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발리우드 화제작 '청원' 전신마비 마술사의 인생 마지막 마술

입력
2011.11.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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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술사였다. 불가능이란 단어를 모르는 듯한 그의 마술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환호를 보냈다. 세계적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던 이튼(리틱 로샨)의 화려한 삶은 14년 전 사고로 종지부를 찍고, 콧등에 앉은 파리조차 쫓을 수 없는 전신마비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이튼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대저택에서 라디오 DJ로 살며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영감을 준다. 주변 사람들도 그가 정상인들보다 더 맑고 건강한 정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뜻밖의 선언을 한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법원에 안락사를 허가해달라는 청원을 하겠다는 것. 그의 마지막 삶의 투쟁이자 마지막 인생 마술은 그렇게 시작된다.

인도영화 '청원'은 전신마비 사나이의 사연으로 행복하게 죽을 권리를 이야기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앞세우며 논리적으로 관객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감성에 호소한다. 이튼의 청원을 책임진 그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데비아니와, 연인과 간호사의 경계에서 이튼을 12년째 돌본 소피아(아이쉬와라 라이)가 펼치는 도입부의 냉기 어린 설전은 이 영화의 전개를 암시한다. "친구이면서 왜 이튼의 안락사를 도와주나요?"(소피아), "이튼의 오랜 친구이기 때문이지."(데비아니) 이튼의 안락사 청원에 분개하던 소피아가 데비아니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포개게 된다.

영화는 애잔하면서도 유쾌하다. 밤새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몸서리치는 이튼의 모습은 전신마비 장애인의 고통을 처절하게 형용한다. 아들의 청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검사의 질문에 "아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한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이튼 어머니의 물기 어린 대사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세를 유머로 변환시키는 이튼의 당당함은 영화에 활기를 제공한다. 침대에서 떨어져 목뼈가 부러질 위기에 처한 뒤 이튼이 소피아에게 던지는 말. "당신의 다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긴 치마를 입었군요." 여러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으로 이야기가 흐트러지지만 126분의 상영시간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하는 장면들이다.

웃음과 눈물, 연민, 안타까움 등이 뒤섞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잔잔하면서도 오래도록 여울지는 감정의 파도를 부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게 된 이튼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사람들을 진심 어린 애정으로 대한 이튼의 삶이 만들어낸 마술이다. 2009년 국내 개봉한 '블랙'으로 알려진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 11월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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