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 처음 나선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일까. 박주영(26ㆍ아스널)이 그토록 고대하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는데 그쳤다.
박주영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2011~12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F조 4차전 홈 경기에 예상을 깨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지만 슈팅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후반 17분 벤치로 물러났다.
박주영은 지난 6월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을 위해 파주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며 취재진을 만나 이적 조건을 묻는 질문에“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팀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어렵사리 찾아온 출전 기회에서 박주영은 실망스러운 활약에 그쳤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간판 골잡이 로빈 반페르시를 벤치에 앉히는 대신 박주영을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배치하는 의외의 용병술을 폈다.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전(2-1)에서 결승골을 터트릴 때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벵거 감독에 강한 인상을 남긴 탓으로 풀이된다. 좌우 날개로 제르비뉴와 시오 월콧이 배치됐고 애런 램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주영의 뒤를 받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주영은 62분 동안 팀 플레이에 녹아 들지 못하며 겉돌았다.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고 불안정한 볼 터치와 적절치 못한 위치 선정으로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공격 기여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전반 28분 연출됐다. 제르비뉴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흐르자 골지역 오른쪽의 월콧이 이를 잡아 박주영에게 내줬다. 골을 노려볼 만한 위치였지만 볼 컨트롤 실수로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이후 박주영은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벵거 감독은 후반 17분 박주영을 불러 들이고 반페르시를 내보냈다.
마르세유전의 부진은 박주영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지친 반페르시를 벤치에 앉히는 도박을 감행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박주영은 볼턴전에서 잘했지만 오늘은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험 부족 탓인 듯 하다”고 말했다. 박주영의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양팀은 득점 없이 비겼다.
한편 리오넬 메시(24ㆍ바르셀로나)는 빅토리아 플젠(체코)과의 H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마요르카와의 정규리그(5-0)에 이어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한 메시는 통산 200골 고지(202)에 올라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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