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 평택시 평택국제자동차 부두. '시에나(SIENNA)'라는 낯선 이름표를 단 도요타의 미니밴 500대가 가지런히 줄을 서있다.
이 차들은 미국 인디애나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만들어 한 달 동안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그 동안 일본에서 생산한 차만을 한국에 들여왔던 도요타가 처음으로 일본이 아닌 다른 곳(미국)에서 생산해 들여 온 것.
도요타는 왜 가까운 '메이드 인 재팬'자동차를 두고, 멀리서 '메이드 인 USA'제품을 들여온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자동차는 그 만큼 관세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도요타 역시 한국시장 내 가격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일본산을 제쳐 두고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수입 키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엔고다. 감당키 힘든 엔고로 인해, 채산성이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도요타 본사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도 "일본 경제의 적정 엔ㆍ달러 환율은 90엔 대"라며 현재 환율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도요타는 원래 '전 세계 생산량 700만대 중 300만대는 반드시 일본에서 만든다'는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70엔대 중반까지 도달한 '살인적' 엔고로 인해 이런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도요타는 앞으로도 일본 아닌 지역에서 만든 자동차를 계속 들여온다는 계획.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시에나를 시작으로 내년 초 신형 캠리 등 미국에서 만드는 다른 모델뿐만 아니라 유럽 도요타 공장에서 생산하는 콤팩트와 해치백 등 다른 모델들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에나가 상징하는 '탈 일본'시도가 분위기 전환용이 아닌 장기적 판매 전략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평택=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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