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로는 부족하다. 국민에게 일임하겠다."
격렬한 긴축반대 시위에 시달리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부채 탕감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회에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도 실시해줄 것도 함께 요청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예기치 않은 소식에 요동쳤고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2일 긴급회동을 갖고 금융시장 혼란에 대처키로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달 31일 의회에서 "EU 정상회의 합의안(50% 채권 상각률 적용 등)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며 "그리스의 운명은 그리스 국민 스스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 신임투표는 4일 치러질 전망이며 국민투표는 세부안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께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1974년 왕정제 폐지 투표 이후 37년만에 처음이다.
BBC방송 등은 국민투표 제안을 정치적 도박으로 평가했다. 여론조사에서 부채 탕감안에 대한 반대가 60%에 달하는 등 부결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긴축안이 의회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과 시위는 되레 격화했고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표에만 의지해 야당과 노동계 요구에 끌려 다니느니 국민투표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뜻이다. 야권은 "EU 회원국 지위를 동전던지기 하듯 하늘로 던져 버린 무책임한 행위"라며 "조기총선을 피하려는 속임수"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정부가 주도하는 재정위기 해법은 탄력을 받겠지만, 부결된다면 파판드레우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차기 정부가 EU에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유로존 전체 해법이 꼬일 수 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방침이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낳으면서 유럽 증시는 2~6% 급락했고, 또 다른 금융위기 근원지인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도 급상승했다. 뉴욕증시도 다우존스 평균지수가 개장직후 2% 급락하는 등 하락 출발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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