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출간한 평론집 <문학과 시대현실> 로 올해 대산문학상 평론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원로 평론가 염무웅(70)씨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문학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면, 나이가 많아도 깨달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것이다"며 "길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글을 써 온 내 스스로에게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문학과>
올해 대산문학상은 '현역 작가'란 말이 나이와 무관한 단어임을 보여준다. 대산문화재단이 1일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등 5개 부문에서 발표한 대산문학상 수상자 6명 중 3명이 칠순 안팎이다. 번역 부문 수상자 하이디 강(72)씨는 김훈의 <칼의 노래> 독일어 번역으로, 시 부문의 신달자(68) 시인은 올 3월 출간한 시집 <종이> 로 문학적 성취를 인정 받았다. 소설 부문에선 소설가 임철우(57)씨의 장편 <이별하는 골짜기> , 희곡 부문에선 최지언(41)씨의 희곡 '미친극'이 선정됐으며, <칼의 노래> 를 공동 번역한 안소현(51)씨도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칼의> 이별하는> 종이> 칼의>
이날 서울 무교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염무웅씨는 "나이가 들수록 어떤 감각은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낀다"며 "언제까지 글을 더 쓸지 모르지만, 마땅치 않게 느껴지는 이 시대와 문학을 통한 대결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참여문학을 이끌었던 대표적 평론가인 그는 이날 번역 부문 수상자인 강씨와의 인연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1967년 독일 유학생 등을 간첩으로 몰았던 '동백림 사건'에 강씨의 남편인 강빈구 당시 서울대 교수가 연루돼 부부가 오랜 시간 고초를 겪었다. 염씨는 "대학교(서울대 독문과) 때 남편 따라 한국에 온 하이디 강씨의 수업을 들었다"며 "이번 수상작에도 이들 부부에 대한 글을 실었는데 함께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동백림 사건으로 추방되다시피 독일로 쫓겨갔다가 9년 만에 돌아와 한국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작품의 독일어 번역에 힘을 쏟아온 강씨는 "좋은 원작이 없으면 좋은 번역도 안 된다"며 "문장이 함축적이고 복잡해 압축파일을 여는 것 같았다"며 원작자인 김훈 소설가에게 공을 돌렸다. 공동 수상자인 안소현씨는 "<칼의 노래> 는 번역자 둘 다 탈진할 정도로 노력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칼의>
신달자씨는 "그간 산문을 많이 쓰면서 대중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에 대해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이번 수상작은 지우고 지워가면서 7년에 걸린 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종이> 에 대해 "시인의 연륜이 더해 갈수록 비약적으로라고 말하는 게 나을 정도의 속도로, 깊어지는 인식과 농밀해지는 감각이, 그 놀라운 진화의 에너지가 독자를 감동시킨다"고 평했다. 종이>
임철우씨의 <이별하는 골짜기> 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보기 어려운 진정성과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특유의 서정적 서사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씨는 "열심히 작품을 발표하지만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이 상을 받게 돼 격려가 된다"면서 "1980년 5월을 겪으면서 문학을 시작했는데, 그 때 그 마음을 지켜가며 '기억하는 자'로서 문학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별하는>
상금은 소설 부문이 5,000만원, 시 희곡 평론 번역은 각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 대산문학상 수상자
평론 부문-염무웅
번역 부문-하이디 강, 안소현
시 부문-신달자
소설 부문-임철우
희곡 부문-최지언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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